그 시간과 돈은 세금일까 투자일까
지난 글에서는 ADHD Tax가 무엇인지, 어떤 예시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ADHD는 세금을 더 낸다고: ADHD 주머니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ADHD Tax는 ADHD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추가적으로 지출하는 금전적∙시간적∙사회적 비용을 말한다.
이러한 비용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지출이 불가피한 비용
② 줄이거나 없애야하는 비용
③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비용
이제 이러한 분류 방식에 따라 ADHD Tax를 분류해볼 수 있다. 각 항목들을 분류하여 하나의 페이퍼를 작성할 건데, 나는 이를 ‘ADHD 세금계산서’라고 부르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막연하게 내가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돈, 시간, 에너지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실체를 파악해볼 수 있다.
‘ADHD 세금 계산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를 통해 작성한다.
1. 현재 지출되고 있는 비용을 파악하기
2. 제거할 수 있는 비용인지, 제거가 필요한지 확인하기
3. 불가피한 비용, 감수하고자 하는 비용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예시로 나의 사례를 통해서 간단한 ADHD 세금 계산서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먼저 현재 내가 지출하는 비용을 나열해본다. 예시로 3가지 비용을 작성해보았다.
a. 지각으로 인한 택시비
b. 콘서타(ADHD 치료 약물 중 하나) 약효가 떨어지는 밤 시간대의 야식 배달 비용
c. 특정 주제에 과몰입하여 사라지는 시간
a. 지각하지 않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간에 딱 맞춰가는 것은 계속 실패했다.
b. 여러 번 시도해보았지만 제거는 어려웠다. 대신 줄이는 방법을 찾았는데, 아무리 야식을 참아도 너무 먹고 싶을 때를 대비해 저칼로리의 식재료들을 사두는 것이다.
c. 제거를 시도해보았으나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2의 과정을 거치면 b를 제외한 a, c는 줄이거나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ADHD의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a. 해야 할 일을 미리 정해놓고 1~2시간 전에 약속 장소에 가 있거나 미리 둘러볼 곳을 찾아놓는다. 주로 미리 카페에 가서 할 일을 하거나 독서를 한다. 또는 영어공부를 추가적으로 하기도 한다.
c. 과몰입을 피할 수 없다면 역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가령 브런치 글을 연재하는 것도 책을 집필하겠다는 갑작스럽고 과도한 목표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혼자서만 노션에 글을 작성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지속성도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서 연재를 시작하였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글도 많이 접하고 ADHD에 대한 내 생각들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ADHD 세금 계산서’를 작성해보기를 추천한다. 사실은 거창한 작업이 아니다. 단지 나의 나쁜 특성, 낭비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해놓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고, 결국에는 ‘나 자신의 ADHD와 더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ADHD 당사자의 수만큼 다양한 ADHD가 있기에, 자신만의 ‘ADHD 세금 계산서’는 그래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