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세금을 더 낸다고

ADHD 주머니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by 채성준

‘ADHD Tax’라는 말이 있다. ADHD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상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돈이다. 더욱이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정시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ADHD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갑에서 돈을 삥뜯기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가계부 어플은 내가 어떤 항목에 돈을 지출했는지 직접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교통, 주거/통신, 문화/여가, 식비, …’ 이런 방식으로 내가 쓴 돈을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내 가계부 지출 항목 중에는 ‘노력필요’라는 항목이 따로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ADHD 세금'인 것이다.

나와 내 주변 ADHD인들의 대화를 되짚어가며 우리의 주머니에서 돈이 새어나가는 방식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다음 글에 소개해보고 싶다. 혹시 당신이 ADHD이거나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댓글로 ‘나만의 ADHD Tax’를 달아주면 좋겠다. 이에 대해서도 함께 해결방법을 고민해보고 싶다.



숨겨진 ADHD Tax


지각 비용

쉽게 말하자. 그냥 택시타는 데 드는 비용이다.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문제가 있는 ADHD 당사자들은 ‘빈번히’ 지각을 한다. 미루고 미루다가 늦게 출발하고, 일찍 준비해놓고 늦게 출발하고, 늦잠을 자서 늦고 그 사유도 참 다양하다. 아무튼 많이 늦는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택시 기본요금은 꾸준히 올라 지금은 서울 기준 4,800원이다. 기후동행카드 정책도 실시되는데 대중교통을 잘 이용해야한다. ← 새해 다짐 중 하나다

지각비용은 사실 한 가지가 더 감춰져있다. 바로 ‘사람들의 평판’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지각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타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편견으로 이어진다. 이전에 이러한 ‘정시성’의 환상에 대해 긴 글을 쓴 적이 있다만, 아무튼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각은 평판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야식

ADHD의 치료약물인 콘서타의 부작용과 관련있다. 콘서타의 주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는 시간 흐름에 따른 혈중농도가 변화한다. 약성분이 몸 안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서방정’으로서 콘서타의 효과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개 12시간이 지나면 급격히 줄어든다.

콘서타의 부작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식욕부진’이 있다. 그런데 이건 약이 잘 작용할 때의 문제이다. 약효가 도는 동안은 밥을 먹는 게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약효가 떨어지고나면 오히려 과식을 하거나 밤 늦게 야식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내 ‘노력필요’ 항목에는 ‘야식’ 항목이 따로 있다.



더 숨겨진 ADHD Tax


충동 구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충동성’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과소비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나만해도 한 때는 옷에 과몰입해서 많은 돈을 쓴 적도 있고, 전자제품이 그 대상이 될 때도 있었다. 이제는 ‘지연전략’을 통해서 소비를 많이 줄였는데,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더 나눠보고자 하자.


기상에 걸리는 시간

ADHD 당사자들은 지난 글에서 소개한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잠에서 깨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약을 복용하고, 밖에 나가서 잠깐 걷고, 샤워까지 하면 30분이 지나 비로소 잠이 조금씩 깨기 시작한다. 그런데 ADHD 커뮤니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나만의 일이 아니더라. 우리는 아침에 최소 30분에서 1시간을 쉽게 잃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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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비용

주의력과 집중력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인데,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일의 진척이 뒤쳐지는 경우가 잦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특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 마감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선 다음 글을 소개하고 싶다. 나의 ADHD의 특성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를 함께 연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당신의 ADHD Tax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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