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가 어려운

잠에서 깨어나기도 어려운

by 채성준

수면위상지연증후군 또는 수면위상지연장애. Delayed Sleep Phase Disorder (DSPD)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수면위상지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름은 어렵지만 하나하나 풀어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수면’의 ‘위상’이 ‘지연’되어 있는 증후군 또는 그 장애를 의미한다.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런데 학교와 회사의 사이클은 대개 아침 일찍 일어나는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과 밤이 전쟁이다. 밤에 잠드는 것도 잠들지 못하는 자신과의 전투고, 아침마다 좀비처럼 일어나서 잠을 깨고 준비하고 늦지 않게 준비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큰 싸움이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이상적인 수면/각성 시간대보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3~6시간 지연된 것으로, 보통 새벽 2~6시 이전에 잠들기 어렵고 오전 10시 이전에 일어나기 힘들다. 이른 아침이나 오전에 과도하게 졸리고 늦은 저녁에 가장 정신이 맑고 활동적인 것이 특징.”
([출처] :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24 | 하이닥)



불면증은 아닌데 잠이 어려운


불면증과는 다르다. 한 번 잠에 들면 깊게 자서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옛날부터 일찍 잠들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학생 때도 새벽 2-3시가 되어 겨우 잠들었고, 일찍부터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서 최소 1시간, 길 때는 3시간 정도를 침대에서 뒤척여야 했다.


군대에 가서가 특히 더 힘들었다. 아침에는 매일 일찍 기상나팔이 울린다. 그리고 밤에는 각종 소음이 가득하고 빛도 완벽히 차단되지 않은 곳에서 잠들기 위해 매일 침대에서 뒤척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결국 여러 방안을 찾아보다가 ‘멜라토닌’을 해외 직구로 구매해서 먹기 시작했다. 매일 1.5mg에서 잠이 더 잘 안 올 때는 3mg 정도를 복용했다.


밤에는 잠들기 위한 소규모의 전투를 해야한다. 지금은 자기 전에 처방받은 항불안제를 복용한다. 불안해서가 아니라 원활한 입면을 위해서이다. 약을 먹으면 (개인마다 다르지만)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지난 때부터 잠이 온다. 졸리다는 감각이 들고, 눈을 감으면 빠르게 잠들 수 있다.


아침이 되면 중대규모의 전투가 발생한다. 잠에서 깨기가 영 어렵다. 일어나자마자 약이 있는 책상으로 기어가 콘서타(ADHD 각성제)를 복용한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추운 공기를 맞으며 담배도 한 대 피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뭐라도 깨작깨작 씹어먹으며 침대로 돌아가지 않으려 버티고, 샤워도 하면 비로소 잠이 좀 깨고 정신이 든다. 이 모든 과정에 적어도 30분은 소요된다. 그 전까지는 말 그대로 ‘정신을 못 차린’다.



잘 자기 위한 전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완화하는 방법을 몇 가지 찾았다. 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실천하지 못하고 미루던 것들이다.


첫째,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춰주는 가장 좋은 처방이다. 나는 러닝을 꾸준히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실감했다. 웨이트(무산소)는 개인적으로 수면 패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느꼈다.


둘째, 빛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밤이 되면 암막 커튼을 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침대 옆에 둔 안대라도 차고 잔다. 수면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 중에는 ‘광치료’가 있다. 그만큼 수면에서 빛은 중요한 요소이다. 빛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집에 휴대폰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등을 설치하고 수면 시간에 맞추어 작동하도록 해놓았다.


셋째, 약.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지침대로 복용하는 습관도 매우 중요했다. 바빠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 유난히 잠이 오지 않은 날과 같은 때는 입면을 위해 약을 활용했다. 지금도 아침에는 약을 먹어서 잠에서 깨고 있다. 예전과 같은 ‘만성피로’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운동을 하며 사라졌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렇게 살고 있었다는 게 너무 부럽다.



이 외에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잠을 중요하게 여겨주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다. 잘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24시간 머릿속 모터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는 것을 도외시하기 쉽다. 하지만 백무산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정지의 힘 中) 우리는 정지하는 것에도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정지할 수 있음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두가 평안한 밤을 보내지 못하는 지금의 시대에서, 비상계엄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밤새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서, 나는 우리가 편안한 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ADHD도 편히 잠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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