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ADHD를 가진 사람들이 왜 더 고립되기 쉬운지, 그리고 어떻게 고립되어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그러한 우리들이 친구를 만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ADHD를 가진 우리의 문제들 중 겉으로 가장 드러나기 쉬운 것들은 아무래도 '지각'이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지각: 타인에게 관대하고 나에게도 관대하기
사람들은 지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히 시간을 준수하기가 어렵다. 분명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는데, 분명 약속 시간을 정확히 알고 캘린더에도 적어두고 시간도 확인했는데! 그런데 우리의 일상은 늘 지각의 연속이다.
물론 지각하지 않기 위해 다른 노력들을 할 수 있다.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에서 말하는 대로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도보로 걷는 시간, 기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소요되는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해서 출발시간을 명확히 정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약속 1시간 전 리마인드 전화를 부탁할 수도 있다. 일정 이전에 할 일을 설정해 놓고 30분 정도 미리 가서 그 일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설령 지각하더라도 일정에는 늦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정말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평소 사람들한테 잘하는 것'이다. 나는 친구의 지각과 실수에 관대해지려고 노력한다. 왜냐고? 나는 그걸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의 그러한 실수를 '그럴 수 있'다며 넘기지 못한다면, 나 또한 이해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기준은 곧 나에 대한 기준이기도 하다.
다만 지각하는 자신을 탓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탓하는 것과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다르다. 대개 지각은 나의 문제가 아니고 ADHD의 실행 기능 저하로 인한 시간관념의 왜곡일 뿐이다. 무려 전체 인구의 최소 5%, 많게는 약 15% 정도는 시간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단지 지금 세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나를 잘 알기: 장단점이 아닌 특성으로 이해하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도움을 서로 주고받기.
둘째, 주변인들에게 '나 사용 설명서'를 주기.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양해받고 용서받는다. 그런데 돌봄과 도움이라는 것이 일방적일 때, 그 관계는 어느 순간 의존과 부담의 관계로 변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도움과 돌봄,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나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에게도, 그리고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들을 몇 가지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부족한 부분들도 알고 있다. 아직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친한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묻기도 하고, ADHD에 대해 알아보며 나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곤 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특성들을 찾고 구체화하려고 노력한다. 각 특성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가령 나는 기획과 전략에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능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디테일에 약하고, 실수가 많으며, 특히 숫자에 약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러한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다. 친구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고민해 줄 때가 많다. 이 외에도 많은 부분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자신에 대해서 몇 가지를 써보며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단,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어 적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나의 특성들을 적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 특성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면 된다. 가령 앞서 말한 것으로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거시적인 것에 강하다.', '나는 텍스트에 친화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장단 모두로 해석될 수 있는 특성들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 사용 설명서'를 알려주어야 한다. 나는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므로,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나와 이렇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든가, 나는 이러한 도움을 당신에게 주고 싶고 저러한 도움이 필요한다고 하든가. 주변 사람들도 ADHD를 가진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나 자신도 ADHD와 함께 지내기가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나뿐만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꼭 ADHD임을 밝힐 필요는 없다. 특성들로만 이야기해도 된다.
포기하지 않기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못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건 좋은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은 서로 눈치채지 못했거나 만나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반드시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ADHD를 가진 사람들은 특히 관계에서 많이, 그리고 큰 상처를 받고 자주 멈춰 서곤 한다. 나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책의 제목과 같이, 자신에게 ADHD가 있다는 것이 곧 내 자신 전체가 ADHD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