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추락하는 심정

느려졌을 뿐, 나는 계속 가고 있다

by 무정인

점점 잠이 많이 오기 시작한다. 새벽에 일찍 깨지 않는다.

오늘은 5시에 한 번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6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토익 공부를 했다.


남편이 출장 가서 오늘은 수영을 가지 못했다.
아쉽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니 에너지가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참 서글프다.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마음에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마음으로 떨어지는 것.

추락.


나는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던 시기에도

8년 동안 출근했고,
아이를 키웠고,
상담을 하며 내 자리를 지켜왔다.


이건 내가 이미 해낸 일이다. 이걸 믿어야 한다.


다 못할 것 같은 마음은 진실이 아니라 우울이 만들어낸 생각,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그래서 자꾸 현실로 돌아온다.


늪에 빠지듯 그 생각에 잠기기 전에, 한 번 더 현실을 본다.


그제는 축가 곡 선정 모임이 있었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아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았지만 곡을 고르는 데는 문제 없었다.

축가를 해줘서 고맙다며 E샘이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한사코 거절했는데 차에 봉투를 던지고 가버렸다.

세어보니 20만 원.


남편에게 말하니 노래하고 번 첫 돈이라며 한턱 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첫 수입이다.

브런치에서도 창작자 지원센터를 통해 3,420원이 들어왔다.

멤버십 구독자가 두 명 생겼고, 그 비용이 정산된 것 같다.

출판사에서도 책이 야금야금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렇게 조금씩 창작자로서의 수익이 생기는 걸까.

하하.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유명 작가의 엄마가 되는 거 아니냐며 인터뷰 준비해야겠다고 웃으신다.

모녀가 둘 다 김칫국 마시기의 달인이다.

그래도 좋다.


시작은 원래 미약하니까.


브런치 구독자가 50명이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런데 요즘 6개월 만에 24명이 늘었다. 지금은 74명.

신기한 일이다.


아주 미약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추락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잠시 낮은 곳을 지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속도가 느려진 날에도 나는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었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던 날에도 조금은 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도, 크게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한 발만.


조용히,

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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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성장애로 감정의 진폭을 안고 살아갑니다. 잘 버티는 날보다, 자주 흔들리는 날들을 씁니다.상담사이고 엄마이지만, 여전히 나도 잘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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