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은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분배 정책이다!

백수의 사회학 #28

by 낭만박사 채희태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들고 나오는 정책이 바로 뉴딜이다. MB도 뉴딜을 이야기했고, 문재인 정부도 얼마 전 “한국형 그린 뉴딜”을 발표했다. MB는 누가 봐도 4대 강 헤짚기라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일으키기 위해 뉴딜을 이용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제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 문제와 뉴딜을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은 있으나 환경 문제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방향성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MB의 뉴딜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이나 알맹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첫 번째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뉴딜을 교조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뉴딜이 무엇인지 그 본질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질을 알아야 변형도 가능한데, 본질과 무관하게 자신에게 필요한 포장지만 입혀서 뉴딜이라고 내놓으니 그 정책적 효과를 못 거두는 것이다.


먼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원조 뉴딜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1929년 10월 29일, 이른바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미국의 월스트리트 주가 폭락 사태는 급기야 세계를 경제 대공황에 빠뜨렸다. 1929년~1933년 동안 미국 실업률은 4%에서 25%로 증가했고, 공업 생산량은 약 3분의 1이 줄었다. 루즈벨트는 1932년 7월 2일 대통령 수락 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부의 정치 철학에서 소외된 전국의 국민들은 우리에게 국부 분배에 있어 더욱 공정한 기회와 질서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는 아메리칸 사람을 위한 뉴딜을 맹세합니다. 이것은 정치적 캠페인보다 전투에 가까운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New Deal) 정책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Square deal: 공평한 분배 정책)과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New Freedom:새로운 자유 정책)의 합성어로 사실상 분배 정책에 더 가깝다. 2009년 조세연구원에서 발표한 “주요국 조세 제도”의 미국 편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대적 의미의 연방 개인소득세가 처음 도입된 1913년 당시에는 세율이 1~7%로 낮았고, 과세 대상도 주로 고소득층에 부과되어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있는 세금이었다. 그러나 윌슨 대통령 임기 중 세금폭탄 수준으로 올라 1913년 7%였던 세율이 임기 말인 1921년 무려 73%를 기록했다. 이후 공화당 대통령인 워런 G. 하딩, 캘빈 쿨리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거치며 24%로 떨어진 소득세율은 공정한 분배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94%까지 치솟는다. 미국의 소득세율이 5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건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이고, 아버지 부시 때는 28%로 최저 세율을 기록한다.

출처 : 주요국 조세 제도, 미국편 (조세연구원, 2009년)

아무리 루즈벨트가 새로운 분배 정책으로 뉴딜을 들고 나왔지만 자본주의를 이끌어야 하는 미국 정서상 부자에게 거둬들인 세금을 그냥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루즈벨트가 테네시강 유역에 대규모 공사를 한 것은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남부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학교 급식 지원, 학교 설립, 도로망 확충, 숲 복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우리가 떠올리고 있는 것처럼 “뉴딜 = 대규모 토목 공사”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루즈벨트가 그렇게 강력한 개혁 정책을 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48개 주 중 무려 42개 주에서 승리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고, 의회 또한 확고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임기 초반 100일 동안 미국 의회는 루즈벨트가 제안하는 모든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루즈벨트가 아니라 루즈벨트 할아버지가 당선된다고 하더라고 그러한 고강도 개혁 정책을 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나아가야 한다. 뉴딜은 대규모 토목 공사도, 단순한 일자리 정책도 아니다. 뉴딜은 양극화로 인해 무너진 부의 균형을 바로 잡는 정책이다. 한쪽 날개만 커서는 새가 제대로 날 수 없으며, 아무리 훌륭한 상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체가 부실하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경제가 균형을 잡기 위해선 비록 자본이 원하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노동에 대한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비록 지금은 하찮아 보이지만 자발적, 비자발적 백수들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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