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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Jan 30. 2024

지레짐작질 당하다

나의 생각과 말은 누구의 것일까?


여럿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생각은, 그 생각을 어설프게 짜깁기 한 나의 말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나의 생각과 말은 나를 떠나기 이전까지만 오롯이 나의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 생각을 말을 통해 밖으로 끄집어내고 나면, 나의 생각과 말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난도질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이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 데버라 그룬펠드, <수평적 권력> 중에서...


난도질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누군가는 난도질당해 조각이 난 내 생각이나 말의 파편을 집어 들고는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아하~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


그 성급한 일반화가 나도 모르는 나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사람이 지식이나 경험에 갇혀 있는 표상일 뿐이다. 신의 통찰력을 선물 받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도, 내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형제도, 그리고 현재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도 감히 알 수 없는 나를 어떻게 지레짐작만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일반화는 무지의 포장지일지도 모른다. 뉴튼은 자신이 인지한 세상을 바탕으로 고전 역학을 완성시켰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부정당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화시킨 현대 역학도 빛이 가지고 있는 속도의 한계가 깨지기 이전까지만 유효할 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지레짐작질 당할 것이다. 나에 대한 지레짐작질은 그 사람의 의도일 뿐 나와는 무관한다. 그 지레짐작에 휘둘려 부표처럼 떠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이 암초에 걸릴 수도 있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말이 나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레짐작을 통해 성급하게 일반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말 그대로 지레짐작일 뿐이다. 이 또한 나의 지레짐작일 뿐이겠지만...




* 상대론적 중력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지 1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이 이론을 통해 수백 년을 이어 온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그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다. 일반 상대성 이론 덕분에 과학자들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론적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 이종필, <물리학 클래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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