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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Apr 01. 2024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드라마, <눈물의 여왕> 8화 후기

문화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대를 반영한다. 최근 시대를 반영한 문화콘텐츠의 경향성을 살펴보면 "경계"의 "파괴"를 넘어 "무시"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다양한 경계 안에서 살아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계를 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하찮은 것이 바로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 굳게 세워져 있는 경계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대표적인 경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라헬(상속자들) - 윤명주(태양의 후예) - 최예라(쌈, 마이웨이)에 이어 나의 최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잠깐 고애신의 엄마로 등장했던 "김지원"은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냄으로써 연기자로서 정점을 찍었다. 사실 <눈물의 여왕>은 제목부터 별로 끌리질 않아 볼까 말까 망설이던 드라마였다. 개인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왕에 대해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김지원이 여주로 나온다길래 꾸역꾸역 보고 있는데, 지난 8화에 뜬금없이 배우 "송중기"가 카메오로 등장한 것이다. 송중기의 등장에 남주 김수현도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솔직히 분위기는 몰라도 얼굴은 김수현보다 송중기가...


2014년 12월 13일 방영된 <무한도전> 408회 에피소드. "유혹의 거인" 중

사실 송중기가 나한테 형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뭣이 중헌가! 2014년 12월 13일 방영된 <무한도전> 408회 에피소드. "유혹의 거인"에서 처음 등장한 이 자막은 이후 경계를 무시하는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네이버의 인기 웹툰, <고수> 2부 10화에서 주인공 강룡이 믿었던 우복형이 갑자기 복면을 쓴 적으로 등장하자 댓글창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난 이때 이 말을 처음 접했다.  


웹툰, <고수> 2부 10화에 달린 베댓, 이거 캡처하느라 소중한 쿠키 2개를 날렸다. ㅠㅠ


<눈문의 여왕> 8화에서 백현우(김수현 분)와 이혼을 결심한 홍해인이 이혼 협상을 위해 변호사를 부르는데, 그 변호사 역으로 송중기가 등장했다. <눈물의 여왕>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송중기의 등장은 로맨틱도 코미디도 아니었던 <눈물의 여왕>을 단숨에 코미디물로 돌려놓았다.


드라마의 경계를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송중기의 등장!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저 사람 아주 무시무시하다고!
저 사람의 정체에 대한 밀은 진짜 많았거든, 무슨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더라, 해외 파병 군인 출신이라더라, 아니다. 어디서 우주선 타다 왔단다. 아예 인간이 아니라 늑대 소년이라더라. 그렇지만 그의 이름은 빈센조, 진짜 정체는 마피아래. 그것도 콘실리에리, 그러니까... 보스! 아, 이탈리아에 있다고 들었는데, 왜 들어왔지?


브런치에 쓰여 있는 작가 프로필을 유심히 보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필자는 스스로를 <경계 연구자>라 칭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수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싫었던 몇몇 나라들이 중립국을 선언한 것처럼, 민과 관 사이를 오가며 소위 "거버넌스"라는 걸 하던 와중에 주변 사람들이 하도 내 입장을 물어보길래 그냥 경계인으로 남기로 했다. 좌와 우 사이에서 중립국으로 존재하려면 최소한의 군사력을 갖춰야 하듯이, 나 또한 경계인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무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경계 연구자>로 살아가기로 했다. 혹시 필자가 연구하는 경계에 대해 궁금한 분이 있다면 다음 글을 참조해 주기 바란다.


https://brunch.co.kr/@back2analog/591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눈물의 여왕>을 안 보시는 분도 8화 11분 30초 즈음에 나오는 송중기 등장씬을 꼭 보기 바란다. 필자는 혼자 보기 아까워서 자고 있던 옆지기 깨워서 이 부분만 같이 봤다. 자고 있는 옆지기를 깨워 드라마를 보자고 하는 건 보통 간댕이가 부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드라마 내용이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옆지기도 웃더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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