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Jan 23. 2024

우리 집의 할아버지는 네덜란드에서

네덜란드의 집들(from pinterest)


우리 집의 할아버지 뻘은 사실 외국 국적이다. 다름 아닌 유럽 네덜란드.

우리 집을 설계하신 건축가분은 네덜란드에서 유학을 하셨었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 남동생이나 친구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면 공통적으로 꼭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집 모양이나 구조에 대해 놀라지도 않고 들어와 덤덤히 ”유럽 집들이랑 비슷하네 “였다. 건축가 분이 설계를 제안할 때 네덜란드 집들에서 영감 받은 입면도들을 보여주셨고, 한국에 맞게 재해석해 설계하는 것은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좋아 제안을 수락했다. 이렇게 할아버지 뻘의 네덜란드 집의 양식이 젊고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인 서울에 재해석되어 시공되었다. 실제로 시공된 집의 입면은 국내에서의 시공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혹은 부족한 예산 앞에서 여러 개의 설계 디테일들이 사라져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집의 입면을 바라볼 때면 여전히 네덜란드의 집들이 떠오른다. 모던한 서울에 맞게 재해석되었기에, 네덜란드의 집들의 입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다면 네덜란드의 집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감의 원천을 설명해 주고, 네덜란드 집들의 입면을 보여주면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특히 창의 배열이 닮았는데, 건축가가 마지막 창은 가짜 창으로 타일 블록의 컬러만 다르게 해서 창의 균형을 맞추게 한 것은 굉장히 훌륭한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국경을 넘어 문화권이 겹치지 않는 먼 거리에서도 새롭게 창조되어 살아나는 건축의 언어는 놀라운 것 같다. 작은 집을 건축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개성을 잃고 죽어있는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공간을 만나고 공간을 창조해 내는 신비하고 신나는 모험이었기에 후회가 되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시공되고 있는 작은 집

 

 

 

매거진의 이전글 헛소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