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퍼스널 컬러는 방콕일까?
2024년 7월 현재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은 따뜻한 날씨, 수영하기 좋은 곳, 맛있는 것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최근 내 여행은 큰 욕심 없이 힘을 뺀 스타일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경험하지 못한 것도 너무나 많지만 예전처럼 호기심이 크지 않기에 딱히 알지 못하는 곳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우리 집에는 귀여운 진상이 두 명이다 있다. 항상 사춘기 같았던 5학년 남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아기 골든레트리버 같은 6세 여아가 주인공이다. 누군가 봐줄 곳도 없기에,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365일 함께 해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정신적 에너지는 첫째에게, 신체적 에너지는 둘째에게 써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체험형 여행은 가능한 피하고 싶다.
올해에는 9월에 방콕으로 여름휴가를, 내년에는 남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8월에 유럽행을 계획하고 있다. 최성수기인 8월 초에 결혼식을 올리는 남동생이라니... 어릴 때나 어른이 되서나 나를 곤란하게 한다. 비싼 항공권과 숙소 비용은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핀란드는 여름에 결혼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기는 하다. 남동생 덕분에 핀란드도 가보겠네. 가서 빈티지 컵은 잔뜩 사 와야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wangdrekim 언니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전 세계를 누비며 멋지게 여행하고 싶지만, 현실은 저 귀여운 진상들을 데리고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면서 나도 재미있게 놀고 싶은 곳을 가고 싶다. 그래서 자주 가게 되는 곳이 방콕이다. 뜨거운 날씨, 어딜 가도 붐비지 않고 좋은 수영장, 화려하고 맛있는 먹거리, 섬세한 서비스와 쾌적한 호텔이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이다.
세 살 아이와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을 지냈던 여행을 내 인생 최고의 여행으로 손꼽으면서도, 몬세라트 수도원을 기차 대신 걸어서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요르카의 반짝이는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것이 꿈이면서도 방콕을 이길 수는 없다.
일 년을 아이들과 구질구질하게 살아내고, 잘 되지 않는 일을 꾸역꾸역 하는 그리 쿨하지 않은 내 일상을 지워내고 산뜻하게 리프레쉬할 수 곳이 방콕이다.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기에, 아침마다 오쏘몰 이뮨 한 통씩을 남편과 먹어야 하지만 방콕에서는 내 일상이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길지 않은 비행시간과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용기도 없고, 호기심도 없는 좀 비겁한 여행이지만 방콕에서 즐거운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