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결정하다가 매직아이가 될 뻔
드디어 브랜드 디자이너 분에게 기다리던 메일이 왔다. 로고 안을 보내니 살펴보고 다시 피드백을 달라는 메일이었다. 메일에 딸린 첨부파일을 열어보기 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떤 로고일지 기대도 되었지만, 로고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봐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첨부파일을 여는 순간 탄성이 새어 나왔다. 내가 미팅 때 전달했던 브랜드 철학이나, 디자인 스타일이 마치 맞춤옷을 짓듯 로고에 반영되어 있었다. 무형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어서 유형의 시각적 디자인으로 나오는 과정은 신비하기까지 했다.
나의 몫은 전달해 주신 4개의 로고 안 중 가장 브랜드에 잘 어울리고, 두루두루 잘 쓸 수 있는 로고를 고르는 것이었다. 4개의 로고 모두 디자인이 잘 나오다 보니, 오히려 고르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정학하게 시각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로고만 쳐다보다가는 매직아이가 될 것 같았다. 로고는 인터넷상에서 쓰이기도 하지만, 여러 상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며 쓰이니 직접 출력해서 다양한 제품들에 붙여보기로 했다. 박스나 에코백에 붙여보기도 하고, 종이봉투나 티셔츠에도 크기를 달리해서 붙여보았다. 4개의 로고 다 매력이 있었지만, 책 테두리가 둘러져 있는 로고는 제하기로 했다. 책과 수영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일상의 감도를 높이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는데 책이라는 아이템으로 브랜드를 제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은 옵션은 테두리가 없는 심플한 로고와 테두리가 있지만 심플한(?) 로고였는데, 이 중에서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작가님과의 미팅에서 각자 상황에 따라 심플한 로고와 테두리가 있는 심플한 로고를 선택해 같이 사용하기로 했다. 테두리가 있는 로고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지만, 패브릭 라벨을 제작하는 부분에서 테두리가 울어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테두리를 제거해 제작해야 했다. 인터넷상에서도 전체를 사용하기에는 로고가 찌그러져 보인다거나 잘 표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테두리가 없는 심플한 로고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두 로고가 적재적소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둘 다 필요한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상표권에도 올라가 있는 로고는 수영하는 사람이 파도에 다이빙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책(자세히 보면 책장)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 위에 걸쳐진 둥근 선은 무지개를 의미한다. 우리 브랜드의 효자상품인 티셔츠 뒷면에 크게 프린트되어 수친자(수영에 미친 자)와 독서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누군가 아주 간단하게 브랜드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로고를 보여줄 것 같다. 수영과 책,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이 로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