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같이하고 싶었던 디자이너 분이랑 작업은 역시 힘들겠구나.라는 실망감 속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개인 DM으로 인사를 드리고, 작업 의뢰를 메일로 문의했는데 확인 부탁드린다고 정중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가 보낸 메일을 놓쳤다고 말씀하시면서 작업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다. 거절감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작은 브랜드라고 소심하게 생각해서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소중한 기회를 그대로 놓쳐버릴 뻔한 순간이었다. 메일로 첫 미팅을 잡았다. 작가님께서 본인의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내 사무실은 집의 작은 다락을 쓰고 있어서 작가님의 사무실로 방문하기로 했다. 작가님의 사무실은 광진구의 한강변 앞에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니 조용하게 펼쳐지는 한강변의 모습과 낡았지만 정감이 가는 오피스텔 안에 사무실이 있었다. 아직 작가님을 뵙지도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결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작가님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신설화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님과 미팅을 하면서 정리해 온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을 설명드리고 핀터레스트에서 정리해 온 이미지 보드를 보여드렸다.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진 생각과 이미지여서 그런지 지향하는 바가 아주 명확해서 좋다고 하셨다. 나 또한 작가님과 얘기를 하면서 누구보다 작업을 잘해주실 것 같아서 브랜딩 디자인 작업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넣었다. 브랜드 로고, 로고를 활용한 스티커, 포장끈, 종이 제작물(책갈피, 엽서), 제품으로 계획하고 있는 카드, 몇 가지 박스 디자인 등의 작업이 계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