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에 남산 아래 동네에 작은 집을 건축했다.(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전의 브런치 북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집’을 참조해 주세요)
건축 잡지에 소개되었을 때 논란에 휩싸일 만큼 작은 평수에 집을 짓고 나서,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은 독특하게 작은 대지면적처럼 유난히 특이하거나 다른 삶이 되지 않았다. 아파트에 사는 가족보다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웠고, 아이의 공간에 대한 사고가 유연하게 자랐을 정도이지 예상했던 것처럼 특별한 삶은 아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우리 집이 독특하거나 작다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2년 전에 론칭한 <스위머스 북클럽> 론칭 탐험기를 쓰려고 하니, 왜 나는 스몰 하우스에 이어, 스몰 브랜드를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빅 하우스에 빅 브랜드이면 얼마나 좋아!!!.라는 생각은 아무리 해도 끝이 없지만, 작은 것이 주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일단,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원이 딸린 큰 집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획일화된 아파트 생활보다 재미있는 삶을 꿈꾼다면 ‘나도 한 번 주택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한국인으로서 안락한 아파트 생활을 포기하기가 너무 어려울뿐더러, 아파트가 곧 자산이 되는 구조에서 ‘주택에서의 삶’은 상상만으로 충분한 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큰 집을 건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소시민이 감당하기 힘든 높은 대지구입비용과 건축비용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은 구름 위의 꿈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작은 집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역시 대출의 멍에 속에서 소처럼 일해야 하겠지만, 도전해 볼 만한 비용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교통과 문화적 인프라에서 소외되지 않은 서울의 도심에서도 건축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집’이라면 스스로 집의 관리인이자 설비팀이 되어야 하는 숙명 속에서 관리의 규모가 줄어들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스몰 브랜드도 비슷한 성질이 있는 것 같다. 역시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은 비용과 최소한의 인원으로도(1인 브랜드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규모가 작기에 자유롭고 다양하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도 있고, 브랜드 관리에 따른 비용도 적게 투입해 운영할 수도 있다(대부분 브랜드 관리는 본인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쾌적하고 안락하고 넓은 집, 멋지고 쿨한데 인지도와 수익까지 높은 브랜드라면 더욱 좋겠지만, 기준이 낮을수록 꿈의 실현 가능성이 정비례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꿈의 공식’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턱대고 철없이 땅을 구입하려는 나를 뜯어말리고 싶다. 하지만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경험하며 스몰 하우스를 건축한 경험이 단단한 생각의 근육이 되어, 독박육아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몰 브랜드를 론칭을 할 연료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https://brunch.co.kr/@lmms/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