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에 초대받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초대를 받은 것은, 2016년 우리 부부가 아주 작고 이상한 땅을 구입하고 나서였다. 건축이 불가능하다면서 동네 모 부동산에서는 사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 땅에도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충실한 집을 짓고 있다는 모험이 신나기까지 했다. 스릴 넘치는 어드벤처는 놀이동산에 즐기면 될 것을! 굳이 건축을 통해 모험을 즐긴 우리 부부는 건축 과정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는 했다. 그렇지만 아파트에서 계속 살았다면 알 수 없었을 공간의 새로운 면들을 많이 발견하고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총 다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주차장 및, 창고, 세탁실.
2층은 부엌 및 화장실.
3층은 거실과 목욕실.
4층은 아이방과 놀이실, 화장실.
5층 다락은 부부의 침실 및 테라스.
다람쥐처럼 다섯 개의 층을 어떻게 오고 가냐면서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생활 패턴에 따라 시간대 별로 사용하는 층이 변한다. 1층은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고, 취침 전까지는 주로 2층과 3층에서 생활한다. 잠을 잘 때 비로소 각자의 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하루에 모든 계단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살아 본 결과 당연히 평면으로 넓게 이어진 집이 편하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가로로 넓은 집을 구하기는 비용적으로 쉽지 않으니 세로로 공간을 넓게 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거주자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계단을 잘 설계하는 것이 세로로 긴 이 집의 핵심 과제였다. 집의 계단은 각 13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높이가 높지 않아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한 번에 1층에서 5층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 계단이 생활하는 데 피로감을 주지는 않는다. 바쁘게 계단을 여러 차례 오갈 때에도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계단 운동을 한다는데 건강해지겠군'이라고 생각한다.
집의 구조는 이상하지만, 집의 기능은 충실하고, 모습은 아름답다. 집의 면적이 작기 때문에 0.5평도 알차게 쓸 수 있게 설계되어서 구석구석 알차고 재미있다. 작은 집을 건축하고 나서, 같은 1평이라고 해도 어떻게 설계되었는지에 따라서 체감되는 공간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2층과 3층이다. 2층과 3층의 공간이 트여 있어서 2층에서는 5미터 층고의 천장이 개방감을 준다. 3층에는 유리 난간이 2층 쪽으로 둘러져 있어서 공간이 세련되게 이어진다. 목공 인테리어 작업을 따로 하지 않은 페인트 도장된 벽, 노출 콘크리트 천장, 높은 천고를 따라 내려오는 아이보리 컬러의 프렌치 리넨 커튼, GUBI의 멀티라이트 펜던트 조명 등이 어우러져 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앨리스가 토끼굴에 우연히 빠지듯, 나도 우연히 토끼굴 같은 이 집에 빠져들게 되었다(꼬마였을 때 앨리스를 너무 동경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앨리스의 모험처럼, 이상하지만 흥미진진하고 매우 아름다운 모험이었음을 고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