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낙천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단독 주택에서 사는 것이다.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에 출근하려던 남편이 급하게 나를 불렀다. 1층으로 달려가보니 발목까지 물이 찰랑거렸다. 상상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상황에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이었다. 집 전체에 물이 공급되는 밸브를 잠그고, 배관을 수리하는 사장님이 급하게 오셨다. 집을 건축하고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날 수 있는 흔한 하자 중 하나인 배관 누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누수가 발생한 지점은 1층의 빨래 건조실이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의 외벽을 뜯어내고 벽을 뚫어낼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내 심장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창고와 세탁실로 쓰고 있는 1층의 누수였기 때문에, 창고의 짐 몇 가지를 버리는 것 이외에는 크게 입은 손해가 없었다. 만약 다른 층이었다면 엄청난 양의 물이 다 아래층으로 쏟아졌을 것이고 전기설비 이외에도 가전과 중요한 물건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때, 다섯 살이던 아이는 1층의 물난리를 보자마자 장화를 잽싸게 신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뒤로 크고 자잘한 하자와 보수를 겪으면서 피할 수 없다면 단독주택 살이는 이런 문제마저도 물난리 때의 아이처럼 즐기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집에 산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자잘하게 보수할 곳들을 발견하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싱크대 수전이 노후되어 밸브에서 물이 스프레이처럼 남편에게 뿌려지는 것이 웃기고, 샤워를 하다가 냉수를 조절하는 조절 버튼이 갑자기 훅 뽑혀 내 손에 들려 있는 상황이 웃기다. 부동수전임에도 불구하고 옥상의 야외 수전이 겨울에 동파되어 폭포수 같은 물을 뿜어내고 있는 것도 어이없으면서 웃기다. 처음에는 아파트와는 너무 다른 스타일에 다음 하자와 보수는 무엇일까 가슴이 두근거리는 날도 있었다. 깊은 고민 없이 주택을 건축하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고도 쳤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주택에 사는 것은 억울했다. 그때부터 억지로 좋은 점을 찾아보며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낙천주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누수 같은 큰 보수(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는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손님 같다.
1층의 물난리 사건 이후, 1년 뒤 똑같은 자리에서 누수가 발생됐다. 그날도 1층에 발목까지 물이 찰랑거리는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1년 전에 수리해 주신 배관 사장님이 배관을 완전히 타이트하게 조여 놓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정말 낙천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