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창과 유리를 열망하다
집을 구입할 때 창의 모양과 유리의 종류를 선택한 경험이 있는 한국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창의 모양과 유리의 종류가 있다. 집의 표정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창의 모양과 위치이고, 건축비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창이다. 창의 기능은 집의 단열과도 직결되어 있다. 또한 집의 아름다움과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우리 집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이루어진 21개의 창이 있다. 이 작디작은 집에 21개의 창이라니! 하지만 면적이 제한되어 있는 우리 집에 차별적인 디자인을 줄 수 있었던 것도, 내부에서도 공간의 실제 면적보다 확장되게 느끼며 생활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21개의 창이었다. 단, 바로 붙어 있는 옆집으로 향하는 벽에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 창을 배치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건축 유학 경험이 있는 건축가는 유럽의 창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우리 집 창 디자인을 해주셨다. 건축가가 극한으로 제한되어 있는 건축 면적을 아름다우면서도 공간을 실제보다 확장할 수 있게 설계해 준 것도 대단했지만, 디자인의 핵심은 창이었다. 우리 집 건축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 창이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설계된 계단식 모양의 거실 창은 국내에서는 제작되고 시공된 적이 없었다. 창호 회사의 하자 우려로 계단식 창 대신 평평한 창으로 바꿔 설계된 것이 많이 아쉬웠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창이 설계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다양하게 배치된 창은 실제 생활하면서 시간에 따라 다르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빛을 발견하게 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모습에 따라 같은 공간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단독주택 집 짓기의 클래식한 로망, 다락 통창도 당연히 있다. 통창 맞은 편의 작은 숲을 바라보게 되어 있어서 비 오는 날 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음악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단독주택을 희망하는 모두가 바라는) 비 오거나 눈이 오는 날 통창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상상만큼 근사했지만, 다락에 설치된 통창은 예상치 못한 과제를 안겨주었다. 다락이어서 단열이 취약한 데다가 모든 층의 습기가 다락의 통창에 맞닿아 겨울에 결로가 생겼다. 가격대가 높지만 효과가 좋다는 단열필름도 시공했지만 결국 결로는 해결되지 않아 겨울에는 항상 제습기를 가동해야 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비용지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건축을 하면서 저철분 유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고 있는 옥색 유리는 고철분 유리이다. 유리는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로 철분을 함유하게 되고, 맑은 색깔의 유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철분을 제거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비용문제로 한국에서는 이 과정을 생략한 옥색 유리를 많이 사용한다. 낮에도 밖을 투명하게 볼 수 없고, 디자인적으로도 촌스럽지만 말이다. <오기사>는 본인의 유튜브에 <시공사에 초록색 유리 쓰지 말라고 요구하세요>를 게시한 적 있다. 잘 지은 건물의 판단을 <옥색유리>의 사용 유무로 한다고 말한다. 옥색 유리의 촌스러움과 디자인적 결함은 기존의 옥색 유리를 투명한 유리로 교체한 건물들의 비교사진에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신문에서 자주 언급될 만큼 높은 가격대의 아파트도 옥색 유리를 시공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나도 곧 아파트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창과 유리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큰 아쉬움 일 것 같다. 주택이 아니더라도 집을 선택할 때 보통의 기준이 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창의 모양을 본인의 취향으로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앞서간 바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