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Aug 02. 2023

세콤보다 앞 집 할아버지

보안을 책임지는 이웃집 주민들

 단독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은 보안, 냉방과 난방비이다. 아파트처럼 그 기능이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나도 주택에 입주하기 전에 있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걱정은 단순한 기우였다.

 냉방과 난방은 난방재에 대한 엄격한 법의 기준으로 인해, 우리 집은 법적 기준을 맞췄을 뿐인데 시원하고 따뜻한 편이다. 집이 작은 탓도 있겠지만(하지만 50평 정도의 단독주택에 사는 친구는 우리 집보다 냉방과 난방비가 더 적게 나온다) 시스템 에어컨과 작은 일반 에어컨을 사용하는 여름에도 전기세가 제일 많이 나왔을 때가 7만 원, 겨울 도시가스 난방비는 15만 원 정도이다. 기능이 평균 이상 인 창호와 꼼꼼하게 난방재를 설치한다면 예전과 같은 냉난방비 폭탄 걱정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보안은 만약 마당이 있는 도심 외곽의 주택으로 가게 된다면 지금의 집처럼 문제가 없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도심에 위치한 집, 이웃들, 집의 독특한 구조 등으로 인해 보안에 본의 아니게(?) 매우 강한 집이 되었다.  

 보안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 집의 골조를 세웠을 때부터 보안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보안업체 직원이 이야기한 것보다 더 꼼꼼하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게 여러 개의 CCTV와 적외선 탐지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보안업체를 호출할 필요 없이 집에서 몇 년을 산 후 깨달았다. 이 집에는 보안업체보다 더 강하게 보안을 책임지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바로 우리 집 주변의 이웃들이었다. 끈끈한 이웃의 정을 기대하며 이사 온 것은 아니었지만, 동네의 커뮤니티 기능은 예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훨씬 약했다. 몇십 년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과 동네의 특성상 이사가 잦은 젊은 사람들이 섞여 사는 것이 이유일까 생각해 봤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연세가 지극하신 분들은 집 앞에 자주 앉아 계셨다. 작은 화단이나 옥상 텃발을 가꾸시기도, 담배를 피우러 나오시기도, 그냥 앉아계시기도 하셨다. 동네의 지형 때문에 집마다 높낮이가 달랐고, 자연스럽게 여러 위치에서 우리 집을 지켜보시는 이웃들이 많았다. 그중에 최고봉은 우리 집 앞에 사시는 할아버지셨다. 옹벽 때문에 우리 집보다 성큼 올라가 지어진 다가구에 살으셨던 할아버지는 자주 담배를 피우러 나오셨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앉으시는 의자가 바로 우리 집 거실 창과 같은 높이였던 것이었다. 짧은 거리의 위치에 있는 데다가 거실 창으로 할아버지와 자주 눈이 마주치자 민망했다. 게다가 자주 나와 앉아계시니 우리 집 거실을 훤히 다 보고 계실 것 같은 생각에 처음에는 커튼을 내리고 지냈다. 하지만 커튼으로 가려진 거실 풍경이 답답하기도 하고, 연세가 지긋하시니(?) 우리 집 풍경을 다 보고 계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우리 집을 항상 지켜보고 계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보안이 정말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콤보다 든든한 존재였다. 하지만 작년, 이 집에 지낸 지 6년이 되었을 무렵 보이지 않던 차가 주차되고,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셨다. 편찮으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낯선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의 의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상복을 입은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마당에 서 계신 것을 보았다. 친분이 있지는 않았지만, 항상 우리 집을 지켜주시는 것 같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슬프고 허전했다. 그 무렵 구청에서는 우리 집 앞에 설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집 앞에 커다란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우리 가족이 움직임이 상시 촬영되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 할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할 선물 같기도 했다. 할아버지께 우리 집 앞에 계셔서 항상 감사했다고, 든든했다고 말씀을 드릴 기회가 없는 것이 많이 아쉽다.


할아버지와 항상 눈이 마주치던 거실 창


이전 05화 직장은 걸어 다녀야 제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