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하우스 건축의 장점
도시와 단절된 <서울의 섬> 같아서 마음에 평화를 주는 동네의 반전 매력은 <어디로든 가기 편리한 교통>이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까닭에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시간이 짧고 이동하기가 수월하다. 서울역까지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서 기차를 타거나, 공항에 가는 것도 편하다. 내가 사랑하는 여러 박물관들과 고궁들도 가까이에 있어 동네 산책하듯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덕수궁 산책을 해보고 싶었는데, 겨울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눈이 그칠 까봐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덕수궁을 갔다. 날씨 탓인지 사람도 거의 없고, 하얗게 눈으로 감싸진 덕수궁은 더욱 아름다웠다. 전쟁사에 빠져있는 첫째는 전쟁기념관을 수없이 갔고, 둘째 아이가 사랑하는 공원은 한양도성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도서관을 갈 때에도 경복궁을 지나서 가는 등 어디서든 문화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
내게 동네의 위치는 문화적 풍요로움을 선물해 줬다면, 남편에게는 출퇴근 시간의 혁명을 가져다주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서 어디에서 일하던지(?) 상관없는 나와는 다르게, 격무와 주말출근이 잦은 남편에게 집과 회사 간의 거리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게다가 남편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출퇴근 스트레스가 큰 편인데,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는 회사에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마이크로 하우스 건축의 장점은 작은 땅으로 건축을 하기 때문에, 대지 비용 부담이 적다.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위치에서도 땅을 찾아 건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넓은 마당과 넉넉한 크기의 집(너무나 간절히 원하지만)에 우선순위가 기울었다면 문화적 풍요로움과 출퇴근 시간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서 건축을 했을 것이다. 소셜플랫폼으로 발행되었던 건축잡지의 기사에 사람들이 우리 집이 너무 작다면서 악플을 달았을 때, 어떤 한 댓글이 기억난다. “다 라이프 스타일을 치밀하게 고려해서 지었을 텐데 다들 말이 많네요”
누군가에게는 최적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공간은 그 사람의 삶을 반영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공간은 공적으로 평가받기에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과 기준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