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Jul 26. 2023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한국의 집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 하는 단독주택 짓기


 <2016년,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설계사무소와의 미팅>

 “저는 루프탑 수영장을 꼭 넣고 싶어요”

 건축가분은 필기를 하셨지만, 다음 미팅 때는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주셨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예비 건축주들은 꿈에 들떠 건축가와의 첫 미팅 때 비현실적이더라도 그동안의 로망을 다 이야기하는 것을 건축가분은 경험상 아셨던 것 같다. 첫 미팅 때 예비 건축주들의 꿈의 싹을 자르며 냉정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미팅 때는 차분하게 구체적인 이유를 주시며 현실가능한 건축 가이드라인을 주셨다. “루프탑 수영장”은 특수하게 작은 대지의 크기와, 한국의 겨울, 콘크리트의 무게와 같은 물의 하중을 견뎌야 하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후에 루프탑 수영장은 나의 아이디어로 작은 히노끼 욕조로 변형되어 집에 설치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이크로하우스 중에서도 <슈퍼>에 해당되는 우리 집에 루프탑 수영장을 넣어달라는 로망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가를 생각하며 웃는다. 하지만 단독주택 설계는 건축주가 하고 싶은 것을 가능한 범주에서 마음껏 해야 하고, 건축가는 반영해야 한다.

 아파트가 금융자산이자, 아파트 이외에는 주거 대안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단독주택을 건축하고 사는 것으로 잃어버리는 금융이나 다른 가치 대신,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커다란 보상이다. 인터넷으로 발행되는 단독주택에 관한 기사들에 대한 악플들은 사실 아파트를 기준으로 단독주택을 판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 EBS의 <건축탐구 집>에 얼마 전 경북 봉화에 집을 짓고 사는 부부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미대를 나온 남편이 직접 설계를 했는데, 그동안 아파트에서만 살아왔기에 부엌 창을 아파트 부엌 창으로 작게 설계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커다란 창으로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광활한 풍경을 담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집에 <목욕탕>이 있는 종로구의 주택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상업적인 <목욕탕>이 가정집에 있었다. 목욕탕처럼 해태의 입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고, 인테리어의 화룡정점은 목욕탕에 걸린 <ㅇㅇ장(집의 이름을 넣은> 이 인쇄되어 있는 수건이었다. 이 집을 보며 물개박수를 쳤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위트 있게 표현해 낸 이 집이 주택 건축의 의미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았다.

 건축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질문하고, 항상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 들었어요?” “건축 평단가가 얼마예요?” “지금 시세가 어떻게 돼요?” 등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대신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라는 질문을 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루프탑 수영장 대신 작은 히노끼 욕조

 

*온실이 있는 한국의 주택

https://magazine.brique.co/project/충주시-소태면-복탄리-농가주택/


*수영장이 있는 한국의 주택들

https://naver.me/GZAalmYW


https://youtube.com/watch?v=lHJrk--u9Is&feature=share


https://youtu.be/YLS-Om1UNnY


이전 02화 서울의 섬에 살고 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