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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Jul 31. 2023

인맥자랑

주택살이에 꼭 필요한 동네 설비 사장님들과의 친분

 내가 신나게 자랑할 수 있는 인맥이 있다면, 바로 동네 각종 설비 사장님들과의 관계이다.

 ㅇㅇ설비, ㅇㅇ전기 등 동네의 지명이 들어가 있는 동네 설비 사장님들은 주택살이에서 정말 소중한 분들이다. 신축 건물들은 보통 2년 이내에 크고 작은 하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하자보수의 늪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종종 보수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아파트처럼 설비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따로 없기에, 주택의 설비팀은 당연히 내가 된다. 집에는 보수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들이 있어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보수는 내 선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손을 댈 수 없는 보수들이다.

 동네 설비 사장님들이 정말 좋은 것은, 바쁜 스케줄 내에서도 잠깐이라도 틈을 만드셔서 보수를 하러 와 주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용도 적게 받으신다. 가끔은 더 드려야 될 것 같은데, 불러줘서 고맙다며 쿨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신다. 처음으로 주택 살이를 시작했을 때, 보수가 익숙하지 않았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부담감이 컸는데 사장님들을 알게 된 이후로부터는 가슴에 이고 있던 바위를 내려놓게 되었다.

 집을 짓고 2년이 채 안 되는 폭설이 오는 날이었다. 갑자기 거실의 전기 한 라인이 죽어버렸다. 세탁기와 냉장고, 인덕션이 같이 연결되어 있는 라인이어서 마음이 급했다. 동네에서 보았던 ㅇㅇ전기 간판이 기억나서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동네 설비 사장님들의 재미있는 특징은 한결같이 주소를 물어보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소를 알려드려도, 꼭 동네의 특징 있는 건물과 길로 집의 위치를 확인하신다. 결국 ㅇㅇ목욕탕을 지나서 옆에 있는, ㅇㅇ편의점 길로 들어오시면 집들이 주욱 서 있는데, 그중에 ㅇㅇ색깔 집이에요.라고 말씀드리니 바로 알아들으신다. 폭설 때문에 우산을 쓰고 걸어오신 사장님은 여기저기 확인을 하시더니 전기 공사를 시작하셨다. 점심시간이 되셔도 공사를 하고 계셔서 동네 중국집에서 식사 좀 시켜드릴까요? 여쭤보니 처음에는 짬뽕을 시켜달라고 말씀하셨다가, 바로 공사하면서 식사하시면 체를 잘하신다고 극구 사양을 하셨다. 마음에 걸려서 김밥 몇 줄을 사서 공사 끝나고 집에 돌아가실 때 드렸는데, 나중에 잘 드시고 계신다며 고맙다고 김밥 인증숏을 보내주셨다.

 ㅇㅇ설비 사장님은 우리 집에 주기적으로 오시는 분이다. 아이들과 걸어오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뒤에서 나타나셔서 “왜 그쪽에서 내려와?”라고 물어보시거나, 우리 집에 오실 때 아이들을 보면 항상 “열심히 하고 있냐?”라고 물어보신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남편이 갑자기 옥상에서 폭포 소리가 난다고 했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부동수전이었는데도 설치된 지 오래돼서 그런지 동파가 된 것이다. 토요일 오후 다섯 시에 급하게 ㅇㅇ설비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항상 바쁘신데 웬일로 바로 오신다고 하시고, 영하의 날씨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수전을 교체해 주셨다. “사장님, 토요일인데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하고 여쭤보니 내 전화가 오기 전에 막 퇴근하시고 친구들이랑 고스톱 치러 가시는 길이셨다고 했다. 연세가 지긋하신데도, 늘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에 바쁘게 다니시며 일하시고, 즐거움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는 사장님의 삶을 보며 저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장님들의 재미있는 특징 중 다른 하나는 능력자분들이 많으시다는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편이시지만, 전화를 드리면 일 때문에 항상 바쁘셔서 스케줄을 맞추셔서 오시기가 쉽지 않다.  혼자서 보통 일하시기 때문에, 일을 하실 때 필요하면 내가 조수 역할을 할 때도 있는데 이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거기 지하철 역 옆에 ㅇㅇ회사 건물 알죠?” “네 거기 당연히 알죠” “그 옆에 ㅇㅇ건물 알아요?” “네, 거기도 알죠.” “거기 내가 88년도에 샀어” “(우와와 엄청난 건물주시잖아라고 외치는 내적소리) 정말요? 너무 잘 사셨네요. 보는 눈이 있으셨나 봐요.” 젊은 시절부터 건실하게 일하시고, 건물에 관련된 일들을 계속하시다 보니 건물을 보는 눈이 있으셨던 것 같다. 다른 ㅇㅇ 설비 사장님도 비슷한 얘기를 해주셨다.

설비 사장님들의 거친 손을 보며, 아름답고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묵묵히 정직하고 건실하게, 오랜 시간 일을 하셨던 손을 보며 사장님들이 능력자 건물주여서 참 다행이고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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