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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Oct 23. 2024

제품 제작 공장을 찾는 법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정답

 구상해 놓은 라운지웨어와 문구세트 안의 목공연필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곳은 역시 인터넷이었다. 목공연필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여러 곳이었고, 과정이나 퀄리티는 비슷해 보여서 제작단가로 업체를 결정했다. 공정자체가 어렵지 않은 주문이기 때문에 온라인 상담만으로도 제작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파자마와 티셔츠 제작이 문제였다. 둘째를 낳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꼭 듣고 싶었던 <아동복 제작수업> 모집 공고가 떴다. 컨디션 회복이 다 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꼭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강남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듣고 바로 옷을 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이 지나서 의류를 제작하는데 그때 들었던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이 주신 자료들을 다시 한번 공부하면서 공장에서 쓰이는 특수한 용어들을 다시 익히고, 패브릭이나 부자재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들여다보아도 외계어같이 입에 익숙해지지 않는 용어들이 쉽지 않았고, 동대문종합시장의 소문으로 듣던 사장님들은 만나기도 전에 무서워졌다. 제작공장은 네이버 '한국봉제공장'카페에서 계속 찾으면서, 업체들의 연락처들을 정리했다.

 나 같은 초보들에게 조언을 해주시면서, 소량제작이 가능한, 퀄리티가 높은 공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생소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을 상상하면서 용기를 내 여러 업체에 연락을 했다. 그중 한 업체가 내가 찾던 곳이었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당연히 있었지만, 많은 조언을 얻으면서 나름 무사히 파자마와 티셔츠 제작을 할 수 있었다.

 인터넷, SNS로 정보가 많이 공개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처럼 생소한 분야의 정보를 얻기 위해 맨땅에 머리를 박는 일은 없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간절히 꿈꾸는 것이 있다면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꿈꾸는 것처럼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최근에 브랜드의 연력을 제작하기 위해서 디자이너분과 충무로 인쇄거리로 나가 적합한 인쇄소를 찾아다녔다. 이 날 아이폰에 찍힌 도보 거리는 거의 10km였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원하는 대로 연력을 인쇄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충무로 거리에도 불가능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온 날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종이집에서 원하는 종이를 구입한 후 그 종이 위에 인쇄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종이의 사이즈는 A2. 일단 여러 인쇄소를 돌아다니면서 얻게 된 정보는 이렇게 큰 사이즈를 인쇄할 수 있는 곳은, 기계가 상당히 비싸서 몇 곳의 인쇄소밖에 없다. 하지만 인쇄소가 보유한 종이가 아닌 내가 원하는 종이로 인쇄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었다. 유일하게 하나 발견한 곳이 있었지만, 실사출력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종이 한 장에 인쇄비가 만원 가까이 되었다. 다행히 친절하신 사장님이 이렇게 하는 인쇄는 미친(?) 짓이라면서 기존 대형 인쇄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이로 인쇄할 것을 권하셨다. 구상했던 대로 연력을 제작할 수는 없었지만, 발로 뛰면서 인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날이었다.

 제작에 필요한 것은 결국, 자본(?)과 용기인 것 같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고,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계속 보류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지금 당장 저장해 놓은 업체에 DM이나 전화를 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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