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머스북클럽의 상징과도 같은 파자마와 티셔츠, 문구세트는 기존의 제품을 사입한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을 했다. 동종업계에서 근무를 하지도 않았고, 디자인 전공도 아닌 내가 제품을 어떻게 제작한 것인지 프로세스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상의 감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내가 가진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 가치를 제품으로 표현해 내야 하는데, 브랜드를 만들면 가장 제작하고 싶었던 것이 파자마와 문구세트였다. 두 개의 제품군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다면 브랜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적인, 철학적인 KEY가 담겨있다.
둘째의 출산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증을 힘들게 겪으면서 단순히 예쁜 파자마가 아니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파자마를 열심히 찾아 나섰다. 하지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파자마들은 소재나 핏이 아쉬웠다. 그렇게 편안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스위머스북클럽만의 파자마를 제작하게 되었다. 꼭 쓰고 싶었던 기능성 리넨 소재(하지만 매우 비쌌다), 셔츠처럼 테일러링을 넣어서 고급스러움을 추가하고(제작 가격이 계속 올라갔다), 직접 제작한 라이닝과 스위머스북클럽을 블루컬러로 새겨 넣은 단추까지.. 소량제작이라서 국내공장을 이용하니 제작단가가 너무 높아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매우 먼 파자마가 탄생했다. 제작 시 더 까다로웠지만 라벨을 안쪽에 넣지 않고 바깥쪽에 넣어서 살에 닿는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경제적 부담이 큰 비싼 파자마를 제작하는 것이 맞는가하는는 현타가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디테일에도 공을 들이는 브랜드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어서 꿈꿔오던 대로 제작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파자마와 어울리지 않는 문구세트는 책을 사랑하고, 기록을 사랑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제작하였다. 특별히 제작된 패키지 안에 지우개 두 개와 목공연필 네 자루, 독서카드가 들어갔다. 독서카드는 도서관에서 대출카드로 책을 빌리던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담아 제작한 것으로, 책에 대한 키워드들을 기록해 책 뒤에 붙일 수도 있고, 엽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목공연필에는 수영하는 사람들을 그려 넣은 일러스트가 있는데 연필 네 자루를 배치해 넣으면 마치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미있는 디자인이 되었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테일, 단가가 비싼 소량제작의 한계로 판매가는 높은 편으로 책정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일상의 감도를 높이며 스위머스북클럽의 철학을 제품을 통해 전달하는 목표는 잘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