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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Oct 18. 2024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다(2)

 두 번째 미팅에서 조향사분들은 러프하게 개발한 세 개 정도의 향을 제안해 주셨다. 세 가지 모두 다른 느낌이었는데, 고급스러운 백합향을 가진 향, 스위머스북클럽의 이미지가 영향을 준 아쿠아틱한 향, 내가 선호한다고 언급한 우디한 향이었다. 세 향 모두 고급스럽고 개성이 뚜렷했지만, 아쿠아틱한 향은 계절에 따른 선호도가 많이 갈릴 것 같아서 결국 꼭 넣고 싶었던 책의 종이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향이 선택되었다.

이때 선택된 향을 바탕으로 탑, 미들, 베이스 노트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 네 개의 향이 다시 제안되었다. 향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싶어서 좋아하는 르라보의 24개의 향이 들어있는 디스커버리 세트도 직구해서 경험하고, 다른 향 브랜드들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시향을 했다. 하지만 조향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은 비전문가는 역시 매력적인 네 개의 향 중에서 하나의 향을 선택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향의 특성상 계속 맡다 보면 금세 감각이 무뎌져 향의 차이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마침 패키지에 대한 마지막 미팅이 디자이너분과 있어서 조향업체의 배려로 향 샘플을 받아서 같이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브랜딩을 같이 진행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디자인을 진행하셔서 그런지 같이 샘플로 나온 패키지에 뿌려보면서 브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깊은 숲을 연상케 하는 향이 스위머스 북클럽이라는 브랜드를 잘 떠올릴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브랜드에 너무 잘 어울린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고요의 바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물의 파동처럼 수영과 독서가 떠오릅니다. 책을 읽는 것과 수영은 매우 상반되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비슷한 성격이 있습니다.

수영을 할 때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물의 소리와 나의 호흡만이 들릴 때의 평온함. 책을 읽는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세계에서 떨어져 책 속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집중할 때 느낄 수 있는 고요함.  

수영을 하고 책을 읽으며 <고요의 바다>로 헤엄쳐가는 상상을 합니다. 스위머스 북클럽의 향을 통해서 <고요의 바다>에서의 유영을 상상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패키지와 엽서와 책갈피 등 제품을 주문했을 때, 기본 제공되는 제작물에 뿌려서 나간 향은 피드백이 너무 좋았고, 제품으로 개발해 달라는 요청에 몇 개월 뒤 퍼퓸드스프레이로 제작되어 판매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향의 좋은 쓰임새는 책이나 노트에 뿌리는 것이다. 다시 책이나 노트를 펼쳤을 때 나는 상쾌하면서도 깊은 숲 속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향이 <고요의 바다>에 머무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중에 출시된 퍼퓸드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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