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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ong Oct 17. 2024

고요의 바다의 시작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다

 오프라인 스토어 없이 온라인 베이스로 전개되는 <스위머스 북클럽>의 특성상 고객들이 브랜드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고민이 있었다. SNS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이미지나 글들이 있지만, 온라인의 단편적인 세계는 브랜드가 품고 있는 이야기와 무드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비록 온라인 베이스의 브랜드이지만 고객들이 상품을 받았을 때, 시각과 촉각, 후각, 청각을 통해 오감으로 경험하는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 사실 스몰을 넘어 마이크로에 가까운 브랜드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한다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향을 통해서 깊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공간이나 브랜드들을 생각하면, 향이라는 감각은 어떤 감각보다 예민하고 많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브랜드 향을 개발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추려진 두 업체에 연락을 했다. 한 업체는 신생업체에 가까웠지만, 향 브랜드 쇼룸을 막 시작하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에 굉장히 적극적이셨다. 향 제작비용을 제외한 개발비용은 약 100만 원 정도였다. 다른 한 업체는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하고 나름 유명한 조향업체였다. 하지만 개발비용이 무려 500만 원이었다. 규모가 있는 브랜드라면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부족한 자금으로 제품의 전문 스튜디오 업체 촬영도 포기한지라 진행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기의 끝물 즈음에, 결정된 조향업체와 오전 미팅을 앞두고 차를 가지고 갔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스크를 깜빡하고 안 가져온 것을 알았다. 그 당시에는 실외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가능했지만,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고민 끝에 미팅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4살 둘째의 핑크색 마스크를 가지고 미팅에 갔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업체의 쇼룸에 도착하니 내 또래의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내 마스크를 재미있어하시면서 남편분이 다른 층에서 운영하시는 카페의 커피를 내어주셨다. 이렇게 <고요의 바다>라는 이름의 스위머스 북클럽 향 개발이 시작되었다.


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마지막 과정


미팅에 쓰고 갔던 아기의 마스크 ㅎㅎ
조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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