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브랜드가 가장 힘든 순간은 노력해도 잘 올라가지 않는 낮은 인지도나 매출에 대한 실망이 아니다.
바로 동료의 부재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마도 평범한 시민일 것 같은 선배가 왜 직장에서는 사이코패스로 활동하는지 알 수 없던 짧은 회사원 시절이 있었다. 본인은 밥 먹듯이 지각하면서 입사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지각한 날 경위서를 쓰게 한 팀장님도 있었다. 불합리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시키는 매뉴얼대로만 일해야 한다는 법을 알게 되면서 ‘아, 이 지긋지긋한 약육강식의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라는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이상한 인간관계 정글 속에서 숨통을 틔어주게 한 것은 입사 동기들이었다. 서로의 책상 앞을 지나갈 땐 복화술로 욕을 하거나,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서 메신저로 우리의 스트레스에 대해 같이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머리와 가슴에 얹힌 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날은 팀 점심에 끼지 않고 시간이 맞는 동기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퇴사 욕구를 잠시 잠재울 수 있었다. 동료라는 것이 회사를 다닐 때는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는데, 1인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다 보니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마치 자기주도 학습과 같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외부의 힘 없이 실천해야 하는. 사실 1인 브랜딩은 자기주도 학습보다 어렵다. 자기주도 학습은 시험 같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목표물 같은 것이 있는데, 1인 브랜딩의 목표는 모호하기만 하다. 마치 아름답게 솟구치는 파도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파도에 올라탈 거야. 같은 서퍼의 마음 같기도 하다. 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과 업무루틴이 자유로운 만큼,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1인 브랜딩의 3년 차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간은 의지박약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아이디어를 같이 풀 수 있을 동료가 있다면, 내가 실행하려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가 ‘정말 별로야’ 아니면 ‘그건 글렀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나의 브랜딩은 더욱 활기차고 잘 지치는 않는 에너자이저의 모습 같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동료가 없어서 생기는 다른 어려움은 대부분의 점심을 나 혼자 해결한다는 것이다. 혼자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혼밥도 잘하기에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이 특별히 쓸쓸하거나 힘들지 않다. 게다가 아이들이 빠르면 두시 반부터 집에 돌아오기에 점심 먹는 시간이 짧아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나는 인간관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정보를 얻는 것도 굉장히 제한적이다. 사고 자체가 굳어지기도 하고, ‘나’라는 작은 세계에 갇혀 있기도 쉽다. 그래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점심을 먹는 것이 특별한 시간이며 기회이다. 밥을 먹으며 하는 대화는 신기하게도 타인이라는 접점 속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나의 본캐는 ‘독박육아’이며, 부캐가 ’ 스몰 브랜딩‘인 상황에서 현재는 1인 브랜드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알맞다. 그래서 나는 ‘Lunch’라는 공유오피스를 구상해 보았다. ‘Lunch’는 각자 다른 성격의 일을 하는 스몰 브랜드 운영자들이 모여 일하는 작은 공유오피스이다. 자유롭게 일하지만 함께 일한다는 소속감 속에서 멤버십 제한 조건은, 음식을 사랑하는 스몰 브랜더.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규칙은 일주일에 한 번 꼭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부엌에서 같이 요리를 해 먹어도 좋고, 배달 음식을 먹어도 좋다. 사람의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에서 느슨한 연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스몰 브랜더들이기에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반짝거리며 탄생할 것도 예상해 본다. 지금은 내 상상 속의 가상의 커뮤니티이지만, 언젠가는 프로젝트로 꼭 이뤄보고 싶다.(여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