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였다가 포토그래퍼가 되는 마법
한 우물을 진득이 파지 못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사를 가지고 기웃거리던 문어 같은 내가 싫었을 때가 있었다. 그동안 배운 수업들을 대충 나열해 보자면 베이킹, 플로리스트 전문가 과정 베이식, 컨센집 에디터 스쿨 2기, 원데이 사진 색감 보정, 아동복 제작, 원데이 스마트스토어 매출, 원데이 정원, 독립출판 수업 등이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관심 가는 분야의 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문어처럼 여러 분야에 다리를 뻗치기만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없을까?' 그 이후로 의기소침해져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스몰브랜드를 맡게 되면서 나의 문어력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제품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제품 사진 촬영, SNS나 제품설명 글 작성 등 수없이 다양한 일을 다양한 수업을 들은 덕분에 혼자서 할 수 있었다. 블로그 열풍 시절에 몇 년 동안 공을 들였던 블로거 생활도 지나고 보니 덧없어 보였는데, 그 시기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사진과 포토샵편집 실력이 브랜드 론칭에 큰 도움이 되었다.
홈페이지 제작은 호스팅사에서 제공하는 기본 템플릿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구상하는 디자인에 맞게 디테일을 계속 수정해야 했다. 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초등학생인 첫째는 여름방학이었기 때문에 뮤지컬 캠프에 참가시켰다. 운전해서 아이를 캠프에 데려다주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첫째가 다섯 시간의 수업을 마칠 동안 열심히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 동안 작업해서 홈페이지가 완성되었다.
제품 촬영은 이미지의 힘을 알기에 꼭 전문 모델과 스튜디오를 쓰고 싶었다. 프로젝트가 재미있어 보인다며 촬영비용을 나의 예산에 맞춰주신 스튜디오가 있었다. 진행하기로 하고 카카오톡으로 몇 차례 미팅을 진행했지만, 결국 비용의 벽 앞에서 촬영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용문제로 내가 구해야 하는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처음 시작하는 브랜드에게 몇 백의 촬영비용을 아낀다면 가치가 있는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촬영은 내가 직접 하기로 하고, 모델은 무용을 전공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부탁했다. 고심해서 고른 스튜디오에서 '나는 전문 포토그래퍼다'라는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했고, 브랜드 촬영컷으로 아쉽지 않은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었다.
이 문어력은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으로도 가치가 증명되었다. 얇고 넓게 갖고 있던 지식과 실력이 결국 하나로 합쳐져 커다란 힘과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스몰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면,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을 주니 꼭 문어력을 기르기를. 이미 문어인 분들은 스몰 브랜드 디렉터에 딱 맞는 적성을 가지고 있으니 맘껏 기뻐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