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Oct 14. 2024

어리바리하고 정신없는 내가 브랜드 디렉터라니…

 브랜드 운영 절망 편

 모르는 02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 전화가 워낙 많기에 웬만하면 받지 않지만, 받아야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전화를 받았다.

“00 인쇄인데요. 올리신 파일이 웹하드에 없어서 출력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다시 올려주세요”

이상했다. 오전 10시까지 정해진 일정에 가기 위해, 8시 55분에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 셔틀에 승차시키고, 분명 9시 10분에 정신없이 웹하드에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업로드했다. 파일이 업로드까지 해서 완료된 것을 보았는데, 웹하드에 파일이 없다니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인쇄소 웹하드에 접속해서 내 이름으로 분류되는 카테고리의 폴더를 확인하니, 신기하게도 폴더 자체가 없다. 직원이 건조한 목소리로 주문내역서에 첨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스마트폰 버전에서는 주문내역서 버전을 아무리 봐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다시 웹하드에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업로드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재차 든 순간, 혹시 내 이름이 아닌 업체명으로 폴더명을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확인해 보니, 업체명으로 올리고 내 이름으로 주문을 해서 업체 측에서 파일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휴우. 하고 나오는 한숨과 파일 하나도 정확하게 못 올릴 정도로 어리바리해서 일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어리바리함은 정신없는 육아의 탓도 컸다.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정도까지이다. 초등학교 5학년과 여섯 살 아이를 독박육아하면서 정신없이 빠른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할 때가 많다 보니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 직장인과 다르게 15분 정도 되는 짧은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정도를 먹으면서 일을 처리하지만, 항상 내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집안일을 처리해야 할 때도 있고, 아이들이 아파서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면 나의 모든 일은 멈춘다. 브랜드 론칭 준비를 할 때, 여러 업체에서 오는 연락에 응답하는 것과 동시에 배고프다는 아이들을 밥을 챙기고, 요구사항을 들어주느라 내가 세 사람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었다. 어쩌면 업체에서도 통화 너머로 들리는 엄마를 외치거나 우는 아이들을 소리를 듣느라 정신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브랜드가 유명해진 것도 아니고,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라 브랜드 운영을 그만 접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정돈되지 않은 집이 눈앞에 보이고, 아이들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의 성과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계속되던 시기에 왜 내가 <스위머스 북클럽>이라는 브랜드를 하고 싶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브랜드를 통해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알리고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 취향에 누군가에게 와닿을 때의 기쁨이 생각났다.

 당장 일의 성과보다는 아주 가늘고 길게 할머니 때까지 이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일의 성과도, 나의 어리바리함에 대한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지. 나에 대한 자기의심보다는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에 더 집중해 일을 해보자라고 다짐하는 날이다.


브랜드에 영감을 준 이미지 중 하나 via pinterest





 

이전 13화 1인 브랜드가 가장 힘든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