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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May 03. 2024

[작심(作心)3일] 26편. '디자인'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라

전하영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칭 ‘뼛속 평생교육사’라고 소개하기도 하는 나인데,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표현이기에, 좀 더 명확하게 말하면,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의 가치는 매우 좋아하지만 하나의 분야 혹은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는 용어의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작은 영역으로 인식되어 보편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교육사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용어는 ‘배움’이다. 모든 영역에서 배움은 일어나고 있다. 평생교육, 평생학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누구나 모든 삶의 신간과 공간에서 배우고 있다. 평생교육의 이념과 가치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라’

내 삶의 비전이자 나의 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비전이기도 하다. 일상에서의 배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배움, 모든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배움, 배우지 않는다 생각하는 순간에도 스며들어오는 배움, 이것이 진정한 평생학습이다. 나의 삶이 이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찾고 경험하고 나누며 정리한다. 이때 필요한 역량이자 가치가 ‘디자인’이다.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 경험이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 이것이 디자인이다.      


배움을 디자인하는 것은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새롭게 배운 지식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지혜로 바꾸는 것이 디자인이고, 지혜로운 삶이 될 수 있도록 일상을 작당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래서 배움과 삶은 하나인 것이다. 즉, 삶과 앎은 하나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평생학습적인 삶이다.     


말장난 같은 이 표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일상에서의 배움, 배움을 통한 실천, 실천 속에서 찾아낸 삶의 가치들이 모여 나를 만든 것이고, 이 모든 과정에는 ‘디자인’이라는 치밀하면서도 의도적인 작당이 있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미약할 수도 있지만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삶을 갈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ps. 나는 ‘디자인’을 ‘기획’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나는 ‘배우는 삶 디자이너이자 실천하는 삶 기획자‘다.  




디자인된 삶     

한성근   

  

 디자인이란 말은 참 많이 듣던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물건이 디자인되어 있다. 모두 저마다의 모습을 가진다. 좀 더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산도 하늘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모습도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일 거라 생각된다. 태양이 바람이 디자인했을까? 저마다의 모습을 가진 형태가 참 오묘하다. 다시 눈을 집안의 사물로 돌려본다. 네모, 세모, 원, 직선과 곡선, 색감 그리고 쓸모 있게 구부려진 모양 등 각기 저마다 의미가 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사용해 보니 그 모습들이 정말 신기하다. 칫솔의 모습도, 헤어드라이어의 모습도, 프린트의 모습도 그렇다. 벌의 모양과 색, 꽃의 모양과 색, 바나나의 생김새를 보고 감탄을 아니할 수 있는가! 참 멋지다! 사람들의 오감은 수많은 사물을 느낀다. 생활의 편의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과 창의적인 생각에까지 영향을 준다. 디자인에 둘러싸여 산다. 영향을 받는다. 오늘은 디자인을 좀 확대된 개념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사람이 생각도 디자인된다. 타인과의 관계도 디자인된다. 일상의 습관도, 사물을 보는 관점도, 경험도, 일을 대하는 방법도 그렇다. 산다는 건 배움과 학습과 실천이 만들어 낸 수많은 경험의 산물이다. 지금 느껴지는 행복감은 그들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만남이 삶을 디자인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부모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동료와의 만남, 이웃과의 만남, 일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책과의 만남, 공간과의 만남, 생각과의 만남 등이 나를 디자인한다.      


 디자인을 계획이라고 본다면, 요즘 내가 하는 강의 활동은 도입, 본론, 마무리로 디자인된다. 도입은 개념의 이해를 통한 의미 찾기로 구성되고, 본론은 병립형으로 주요 내용을 3~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거나, 이론과 실습으로 배치된다. 마무리는 변화와 성장에 관한 확인하는 단계로 학습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알 수 없이 이끌려 온 ‘교육’이라는 단어가 내 삶을 지배해 온 기분이다. 내 삶은 교육이 디자인해 왔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장 자기 다운 모습으로, 가장 쓸모가 있는 모습으로, 환경에 맞는 다양한 모습으로 색감과 모양이 매력적이길 바라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 만큼 변하고 싶다. 이런 변화가 감탄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나를 디자인한다.

  



나다움; 가치연구소’ - <나를 디자인하다>

권창숙

『나다움을 탐색·발견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하기』
‘나다움; 가치연구소’ 브랜드 네임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나를 디자인하는 것은 나다움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등의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나다움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은 참으로 길고 지루하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종종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나의 생각지도 못했던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혼란스러움을 찬찬히 바라보고 다시 조정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나다움은 수정된다. 진정한 나다움을 찾아가는 시간들이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미리 짜는 일을 디자인 기획이라 할 수 있다. ‘기획’은 어떠한 일을 도모해 계획한다는 의미다. ‘계획’과 ‘기획’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계획’은 앞으로 할 일의 절차나 방법, 규모 등을 미리 세워 두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자료를 수집하여 현재의 상황을 탐색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나를 디자인하는 것이므로 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공간, 문화, 산업 등)을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비전 및 전략 등의 디자인 결과물이 나온다.


 <나를 디자인하다>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진로 설계 현장에서 만나는 중·장년의 경우는 이미 인생의 정점을 지나서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성인 진로·취업 교육을 진행해 오면서 단순한 일자리를 매칭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그들의 나다움을 찾고 자신이 하게 되는, 또는 자신이 찾은 일의 의미와 연결 지을 수 있어야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늘 자신을 나다움이라는 것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나다움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자. 나를 디자인하는 이는 나다.




기꺼이 낚이는 기쁨     

최정연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딩굴딩굴 공작소의 독서 모임인 ‘여인네 남정네(여기 인문학 있네, 남다른 정도 있네!)’가 오늘로 무려 일흔여덟 번째 열린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꾸준히 책을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모임이 6년을 꼬박 채우고 7년째 이어지고 있다. 긴 시간을 멈추지 않고 이어온 보람도 크지만 내게는 여인네 남정네가 주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하나는 꽤 오랫동안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나만의 책을 고르는 소소한 재미를 알아챈 것이다. 처음에는 이 시대를 사는 지성인이라면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을 선택했고 언젠가부터는 제목이나 홍보 카피 한 줄에 마음이 끌려 고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는 표지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내용보다도 그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인네 남정네라는 모임의 이름처럼 나는 그렇게 기꺼이 낚였다.    


나는 예쁜 책을 좋아한다. 나에게 예쁜 책이란 책의 크기와 어울리는 표지의 재질이 주는 질감과 배색, 그 위에 강렬하게 위치한 글자의 모양새와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그림들이 책의 제목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본문의 내용도 좌우상하의 여백과 줄 간격이 충분해야 한다. 내용과 어울리는 색감과 글, 그림, 여백 등이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있어야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이 깃들 공간도 생기기 때문이다. 적다 보니 꽤 까다로운 선택의 기준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나의 선택에 그럴싸한 이유를 궁색하게 덧붙일 뿐이다. 아무튼 이런 나의 책 고르는 재미는 책 한 권이 오로지 저자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책의 구성과 단락의 배치, 폰트와 여백까지도 기가 막힌 조합을 만들어내는 설계자이자 디자이너가 내가 고르는 책에는 편집자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거실에는 특별한 서고가 마련되었다. 예뻐서 사다 모은 여인네 남정네 책이 세월과 함께 더해지다 보니 제법 많은 양이 되었고 그 모든 책에는 흔적들이 남았다. 중요한 글귀에는 밑줄을 치기도 하고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가 떠오르면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제는 서점 판매대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던 그냥 예쁜 책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있고 공작원들과 나눈 추억이 남겨진 책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무려 일흔일곱 번의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책을 다 읽고 모인 적은 없다며 그게 나름의 전통이라고 웃지만, 우리는 안다. 본문의 글만이 책이 아니고 제목과 표지 한 장도 이미 예쁜 책이라는 것을. 그것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나 같은 책 겁쟁이도 예뻐서 손이 가게 만드는 그 신기한 디자인을 누군가는 해냈고, 마침내 일흔여덟 번째 여인네 남정네로 우리는 디자인할 것이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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