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다.
아침 햇살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순간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래떡 떡볶이] 되시겠다.
하루의 시작을 강아지 산책으로 여는 편인데, 그 때의 햇빛과 공기 냄새를 맡으면 음식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음식은 대부분 그 날의 날씨와 아주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늘의 날씨는 식혜처럼 차갑고 달았으며, 햇빛은 호빵처럼 따끈 따끈했다.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공기가 가을이 잘 익었음을 알려주었다. 부위로 치자면 소고기의 살치살, 크림빵의 정 중앙이라고나 할까.
오늘은 쫀득쫀득한 떡과 매콤달콤한 소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국물이 생각나는 날씨였다.
한 달음에 달려가 가래떡 떡볶이와 오뎅국물, 피카츄 돈가스 꼬치를 포장해왔다. 따뜻한 햇빛이 이불처럼 포근 포근 내 등을 덮어주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 안에 있는게 아까웠다. 그럴 땐 종종 음식을 포장해서 한강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먹곤 했었다.
계절의 가장 맛있는 날이 다가왔을 때. 벚꽃잎이 간질 간질 코 끝을 스칠 때는 벚꽃당고를, 여름의 잎사귀들이 힘차게 푸를 때는 청포도 쭈쭈바를, 겨울 입김이 기분좋게 퍼질 때는 단팥호빵을 손에 들고 날씨를 느끼면서 먹었다. 이제는 비록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 그렇다해도 이토록 꽉 찬 가을 햇살을 마주했을 때는, 가래떡 떡볶이처럼 맛있고 쫀득쫀득한 것을 먹어주어야 한다.
돈가스 꼬치를 한 입 베어물고 아따맘마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학교 앞 분식을 먹고싶어 하고, 학창시절에 보던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지금 뭔가가 좀 힘들구나.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을까?
며칠 전에 봤던 영상이 떠오른다. 갑각류 이야기.
가재나 새우처럼 겉에 갑옷을 입고 있는 갑각류들은 성장하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바로 갑옷에서 나오는 것.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 맨 몸의 상태로 나와야만 더 크고 튼튼한 갑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갑옷을 벗은 채 맨 몸으로 바깥으로 나온다고.
떡볶이를 씹으면서 맨 몸의 가재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요즘의 나는 맨 몸의 상태라서 두려운가보다. 조그만 말에도 신경이 쓰이고, 며칠 째 뭔가에 다칠까봐 겁이 나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