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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Oct 28. 2021

가래떡 떡볶이와 갑각류




 


오늘 아침,  뜨자마자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다.

아침 햇살과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가래떡 떡볶이] 되시겠다.


하루의 시작을 강아지 산책으로 여는 편인데,  때의 햇빛과 공기 냄새를 맡으면 음식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음식은 대부분  날의 날씨와 아주  어울려서 맛있게 먹을  있다. 오늘의 날씨는 식혜처럼 차갑고 달았으며, 햇빛은 호빵처럼 따끈 따끈했다.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공기가 가을이  익었음을 알려주었다. 부위로 치자면 소고기의 살치살, 크림빵의  중앙이라고나 할까.


오늘은 쫀득쫀득한 떡과 매콤달콤한 소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국물이 생각나는 날씨였다.




 달음에 달려가 가래떡 떡볶이와 오뎅국물, 피카츄 돈가스 꼬치를 포장해왔다. 따뜻한 햇빛이 이불처럼 포근 포근  등을 덮어주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안에 있는게 아까웠다. 그럴  종종 음식을 포장해서 한강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먹곤 했었다.


계절의 가장 맛있는 날이 다가왔을 . 벚꽃잎이 간질 간질  끝을 스칠 때는 벚꽃당고를, 여름의 잎사귀들이 힘차게 푸를 때는 청포도 쭈쭈바를, 겨울 입김이 기분좋게 퍼질 때는 단팥호빵을 손에 들고 날씨를 느끼면서 먹었다. 이제는 비록 코로나 때문에 그럴  없게 되었지만.... 그렇다해도 이토록   가을 햇살을 마주했을 때는, 가래떡 떡볶이처럼 맛있고 쫀득쫀득한 것을 먹어주어야 한다.

돈가스 꼬치를 한 입 베어물고 아따맘마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학교 앞 분식을 먹고싶어 하고, 학창시절에 보던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지금 뭔가가 좀 힘들구나.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을까?


며칠 전에 봤던 영상이 떠오른다. 갑각류 이야기.


가재나 새우처럼 겉에 갑옷을 입고 있는 갑각류들은 성장하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바로 갑옷에서 나오는 것.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 맨 몸의 상태로 나와야만 더 크고 튼튼한 갑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갑옷을 벗은 채 맨 몸으로 바깥으로 나온다고.

떡볶이를 씹으면서 맨 몸의 가재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요즘의 나는 맨 몸의 상태라서 두려운가보다. 조그만 말에도 신경이 쓰이고, 며칠 째 뭔가에 다칠까봐 겁이 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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