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Apr 14. 2024

등교 전쟁의 첫날 : 아내없이 등교 시키기

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3)   

아침 7시 30분. 

드디어 시간이 됐다. 

긴장이 되면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제 전쟁 시작이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유연근무를 신청하고 아내 대신 내가 아이들을 등교시키기로 했다.


"얘들아! 일어나야지~ 학교 가자!"


아이들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크게 외친 뒤, 아이들 방의 커튼을 열었다. 아침의 밝은 빛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눈부셔할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미동도 없이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하긴, 저 나이 때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아 침잠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여러 번 말을 하고, 흔들어도 봤지만,

아이들은 꿈나라에서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거실에 TV를 켜고, 만화채널을 틀어두고 아이들을 방에서 안고 거실로 나왔다. 

제법 무거웠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 아침부터 이러다 허리를 다치는 건 아닌지 슬쩍 걱정도 됐다.


"조금만 더... 5분 만..."


거실로 나온 아이들이 더 자고 싶다고 말하자, 안쓰러운 마음에 5분을 허락해 줬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아침 등교 전쟁에서 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아침밥 대신 먹인 빵. 그마저도 남겼네... 미안하다, 얘들아 ㅠㅠ


아이들에게 5분을 허락하고 나는 아이들 아침 밥, 아니 아침 빵을 준비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아빠가 좀 익숙해지면 제대로 밥상 차려볼게~ ㅠㅠ 


아이들은 빵을 먹으며 티비를 보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먹는 동안 세수를 하고 나왔다.


내가 먼저 씻고, 큰 아이에게 씻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 혼자 씻게 두면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급한 마음에 들어가서 씻기고 싶었지만, 그건 또 싫다고 한다. 자기가 씻겠다고 한다.


알아서 씻을꺼면 좀 서둘러주라, 얘들아 ㅠㅠ 


그럼 서두르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스스로 하겠다는 게 어디인가 싶었다. 


큰 애가 씻고 나오고, 작은 애가 씻으러 들어갔다. 이 놈도 오래 걸린다. 역시나 내가 도와주는 건 거부한다. 


씻고 나왔으니 알아서 옷을 입으라고 한 뒤에 나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잠시 후 거실로 돌아왔더니

큰 애가 여전히 젖은 옷을 입고 만화를 보고 있었다.


"옷 입어야지! 로션은 발랐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시계가 8시 5분을 넘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급하게 아이 옷을 벗기고, 새 옷을 꺼내서 입히고 로션을 바르게 하고 머리를 빗겼다. 그 사이 작은 아이가 욕실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세면대 바로 옆에 있는데 이게 왜 안 보인다는 것일까? ㅠㅠ 

"아빠! 칫솔이 안 보여!"


욕실로 달려갔다. 앞에 있는 칫솔이 왜 안 보인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ㅠㅠ 


"아빠! 로션 어디 있어!!"


이번엔 큰 아이다 ㅠ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숨까지 차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던가? 집에서 100m 달리기 하는 기분을 느낄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먹는 동안 씻으면 되고, 아이들이 알아서 씻을 테고, 그러면 나도 같이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깨기 전에 일어나서 나의 출근 준비라도 미리 끝냈어야 했다.  


이렇게까지 시간에 쫓기고, 이 정도로 아이들의 등교를 챙기는 게 힘들 줄은 몰랐다. 아내가 등교 준비에 대해서 말을 해줬지만,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 귀로 흘렸던 내 자신이 후회됐다. ㅠㅠ 


양말은 혼자 신을 수 있지만, 마음이 급해서 신겨줘 버렸다. 


그렇게 두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모두 마치자 정말 온몸의 진이 빠졌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시계는 어느새 8시 30분. 집에서 정말 나가야 할 시간이다. 40분까지는 등교를 해야 한다. 다행히 집에서 학교는 가깝다. 


옷을 다 입자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집을 나선다. 


"같이 가!"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외치고는 아이들 뒤를 따라 나갔다. 아내는 아이들이 알아서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학교 앞까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싶었다. 부모가 갑자기 맞벌이를  하게 되었으니 아이들도 혼란스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끼리 갈 수 있는데?"


내가 학교까지 따라가겠다고 하자 오히려 아이들이 어리둥절해했다. 아이들은 앞에서 먼저 걸어갔고, 나는 아이들 뒤를 따라갔다. 아이들과 같이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건 1학년 때나 가능했던 것일까? 이제 겨우 2학년인데도, 1년 사이에 아이들이 많이 컸구나 싶어졌다. 


학교 앞 횡단보도까지 아이들을 따라가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확인하고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자칫 하면 지각이다ㅠㅠ 


내일부터는 5분만 더 재우는 건 없다. 5분 더 자게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ㅠ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