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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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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Jul 19. 2019

길을 헤매도 좋아

#대만일기 4. 이번엔 엑소따라 가오슝 여행


[엑소 루트 따라 여행하기]

01. 웨이우잉벽화마을 衛武營彩繪社區

02. 치진섬 旗津海水浴場

03. 하이즈빙 冰品飲料店

04. 보얼예술특구 駁二藝術特區

05. 삼우우육면 三牛牛肉麵


* 치진섬과 하이즈빙은 엑소가 간 곳이 아니다.

 


호텔에서 <미려도역>까지 가는 길에는 학교가 하나 있는데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학교를 참 좋아하는데 특히 대만에서 마주치면 더 좋다. 이게 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웨이우잉벽화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벽화. 엑소도 여기서 오프닝을 찍었다지.
엑소가 찾은 벽화 1


엑소따라 다섯개의 벽화 찾기


오늘은 정말 여유롭다. 어제도 그리 생각했으나 하루를 꽉 채워 움직이긴 했지만, 일정이 여유롭면 심적으로도 여유가 생겨서 좋다. 혹시라도 큰 일정이 틀어져도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은 <웨이우잉벽화마을>에 가서 엑소를 따라 벽화를 찾아본 후 역시 엑소를 따라서, 그리고 가오슝의 몇 안 되는 유명 관광지이니 겸사겸사 <보얼 예술특구>로 넘어가 엑소가 탔던 미니 기차를 탄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페리를 타고 <치진섬>까지! 웨이우잉벽화마을 - 보얼 예술특구 - 우리 호텔이 모두 한 노선이고 서로 멀지 않아 오늘의 이동 거리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웨이우잉역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1분 남짓 걸으면 엑소가 오프닝을 시작했던 커다란 벽화가 나온다. 수백 권의 책들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고 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는 벽화로, 시우민이 섰던 곳 근처에 서서 인증샷을 찍었다. 시우민의 비공식 굿즈 티셔츠를 입고.



엑소가 찾은 벽화 2. 그러나 잘못 찾은 벽화였다.


오프닝 장소를 필두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찍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방송에 나왔던 여러 곳들을가게 되는데 이번만큼 좋았던 곳은 없는 것 같다. 엑소가 다녀왔던 곳을 그들의 시선을 따라 전부 움직이고 있다니. 이게 진정한 '엑소 팬 투어'가 아닌가! 전에도 종종 엑소 팬들과 모여 팬 투어를 했지만 그때는 가볍게 식당이라던가 카페 정도였는데 이건 정말 본격적이잖아. 다시금 함께 해준 뉴이스트 팬 P에게 고맙다. 하지만 P는 명예 엑소엘이니까.


엑소가 찾은 벽화 3


엑소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곳이지만 엑소가 아니었어도 와볼 만한 곳. 무척이나 무더워서 땀이 주룩 흘렀으나 그래도 좋았다. 마을의 규모가 작아서 오래 둘러볼만한 곳이 아니라 되려 아쉬웠던 곳이다.



대만은 참 원색이 잘 어울리는 나란데 그중 노란색이 으뜸이다. 이 노란 택시 때문일까. 덧붙이자면 홍콩은 빨강! 물론 마카오 말고 제대로 홍콩섬을 둘러본 적은 없다.



뙤약볕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 햇빛 아래에서 <보얼 예술특구>의 꼬마 기차를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시간이 된다면 가기로 했던 <치진섬>을 두 번째 목적지로 정했다. 마침 보얼 예술특구도, 치진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곳도 시즈완역에 있으니.





시즈완역으로 나오면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 모퉁이에 <단단 햄버거 丹丹漢堡>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치진섬 안에서가 아닌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엔 내가 좋아하는 대만 음식인 곱창 국수를 팔거든! 타이베이 시먼딩의 그 맛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맛을 기대하며 주문했다. 참 신기하게 단품뿐 아니라 햄버거와 곱창 국수를 세트로도 팔았다. 애초에 햄버거 집에서 곱창 국수를 파는 게 신기하긴 하지. P는 햄버거를, 나는 곱창 국수를 먹었다. 아주 좋은 여행 메이트구먼. 곱창 국수는 내가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냉동 곱창을 쓴 것 같았다. 그래도 적당히 미끌거리고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맛을 흉내 내긴 했지만.


문득 든 생각인데 시먼딩의 <아종면선 阿宗麵線>이 곱창 국수의 원조가 맞긴 하겠지? 당연히 그곳의 맛이 원조라 생각하고, 그 맛을 기준으로 다른 곳의 맛을 판단하는데 원조가 아니라면 다른 곳들이 억울할 거 같다.





시즈완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단단 햄버거가 보인다면 바로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가면 치진섬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그리고 이 길에 유명한 빙수집인 <하이즈빙 冰品飲料店>이 있고. 이 빙수집은 치진섬에서 놀다 돌아오면서 들러보기로 하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치진섬까지 가는 페리는 현금으로 티켓을 사면 30NTD, 이지카드를 이용하면 20NTD로 이용료의 가격 폭이 넓었다. 이렇게 교통카드를 쓰면 할인이 많이 되니 안 쓸 수가 없지. (나의 경우 첫 대만 여행에서 산 교통카드를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그간 대만을 다섯 번? 여섯 번 정도 갔는데 그때마다 꼬박꼬박 잘 챙겨가서 쓰는 중. 이렇게 현지의 교통카드를 잘 쓰고 다니면, 그리고 한국까지 잘 가지고 가서 보관을 하면 마치 내가 현지인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금방 헤어 나오지만.)

페리를 타고 5분도 안 갔는데 벌써 치진섬이란다. 조금 더 타고 싶었는데! 페리에서 하차하자마자 자전거와 스쿠터 대여소 직원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우리는 P가 알아본, 선착장에서 나오면 보이는 파란 간판집에서 2인용 전기자전거를 빌렸다. 두 시간에 400NTD인 것을 350NTD로 깎았는데 다들 이 가격에 타는 것 같네.



내가 가오슝을 좋아하게 된 이유

전기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단 2시간. 처음엔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치진섬이 워낙 작다고 들었고, 나름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므로 어지간한 곳이 아니면 한 여행지에 푹 빠지는 경우는 없어서. P가 운전을 하고 나는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기' 자전거이긴 하지만 속도가 일반 자전거보다 느렸기 때문에 사진 찍기에는 최적이었다. 컨딩과 달리 유난히 더 맑고 푸른 하늘에 기분이 좋아졌다. 바다와 바람과 자전거는 어디에 던져놔도 좋은 조합이야.


서핑보드가 눈에 띄던 바 bar. 시간이 있었다면 맥주 한 병 마시고 싶었다.



열심히 달리다 처음으로 멈춰 선 곳은 해변이 시작하는 곳이자 해변도로가 시작하는 곳이었다. 아주 작은 숲 너머로 바다가 보여 근처에 있는 나무 아래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와, 와, 그저 우와! 나의 등 뒤로는 야자수가, 내 오른쪽엔 초록빛 절벽이, 왼쪽에는 끝없는 모래사장이 그리고 내 앞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있었다. 내 발 밑에는 뜨거운 까만 모래. 발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치진섬의 분위기를 즐기기엔 최고였다. (모래가 까매서 놀랐는데 사진에선 티가 안 나네.)


생각이 바뀌었다. 해변을 보고 나니 2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대여소에 준 지도를 보니 아직 제대로 된 스팟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먹거리를 파는 시장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해안도로가 시작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점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유명한 관광지도 지나쳤으나 그곳들은 우리의 시선을 크게 끌지 못했다. 심지어 제대로 인증샷을 찍으면 줄까지 서서 기다려야 해.

대신 그보다 더 좋은 곳을 발견했다. 동남아 어느 곳의 휴양지처럼 나무로 된 작은 정자? 암자? 같은 것이 바다를 향해 나란히 놓여있는 곳이었다. 빈 곳을 찾아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늘 아래 자리를 잡으니 정말 이곳이 천국인가 싶었다. 울창한 야자 수풀림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푸른 바다. 이 바다는 꼭 빛을 받아 반짝여야 한다. 마치 오늘처럼. 정말 좋다를 연발하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 여행의 뒤에서 생각해보면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

이 곳에서 보낸 시간으로 나는 치진섬이 그리고 가오슝이 너무나도 좋아졌다.



그 이후의 곳들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 뒤로도 쭉 치진섬에서 유명한 조형물들이 줄을 이루었지만 우리의 스타일이 아니라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P와 나의 성향이 비슷해서 참으로 다행이야.



쑥쑥 달리다 보니 해안 도로가 끝났다. 얼추 이 섬을 다 본 것 같다. 그래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분명 자전거 도로임에도 그곳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있어 중간중간 멈춰 서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자전거를 타는 그 자체로도 좋은데 힘도 들지 않고, 또 자전거를 타며 보는 풍경도 좋고.



돌아오는 길에 봐 두었던 바 bar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즐기고 싶었는데 2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치진섬도 다 둘러봐야 하고, 맥주도 마셔야 하고 우리의 바람이 너무 컸나? 아쉬운 마음으로 선착장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반납했다. 


페리를 기다리다 목을 축일 겸 편의점에서 슬러쉬를 샀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슬러쉬를 직접 짜서 카운터로 가져가면 카운터에서는 결제만 해준다. 컵의 반만 채워도, 아니면 흘러넘칠 듯 가득 채워도 가격은 같다. 오, 그럼 이건 얼마나 많이 담는지 스킬이 중요하네.



안녕, 치진섬.





시즈완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에 슬러쉬를 먹었지만 맛있다는 빙수를 지나칠 수 없지. 사람이 많았지만 다행히 쉽게 자리를 잡았다. 여러 과일이 듬뿍 들어있는 빙수를 시켰다. 빙수는 생각한 대로의 맛을 보여준다. 하지만 먹다 보니 중독되어 끝까지 다 먹게 되더라.






엑소따라 가긴 갔는데...


<보얼 예술특구>까지는 걸어서 이동했다. 우리는 골목을 구경할 겸 돌아갔기에 넉넉히 이십 분. 시즈완역에서 십분-십오분 정도 걸리는듯하다.

보얼 예술특구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게 하늘 위로 꽤 많은 수의 연이 날고 있었다. 어떤 연은 꼬리가 길기도 길어 징그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대체 뭐하는 덴데 연을 날려? 엑소는 그냥 기차 타고 카페나 갔다고. '예술' 특구라기에 조금 더 고즈넉한 곳을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마치 동네의 가족공원 같았다. 그런 것치곤 규모가 조금 크긴 했지만. 그러면 대륙의 스케일을 생각해 중국의 가족공원으로 하자. 수많은 가족들이 소풍을 나온냥 돗자리를 깔고 쉬는가 하면, 멀리서도 보이는 연을 날리기도 하고 또 꽤 많은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날리기도 했다. 그 옆 인도에서는 그것들을 팔거나 빌려주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대체 여기 뭐야?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엑소가 탄 미니기차를 타러 갔다. 엑소 따라오긴 했는데. 엑소 따라왔으니 타긴 타야겠는데. 도저히 못 타겠더라. 일단 햇빛이 강해 그 아래에서 기차를 타면 더위를 먹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너무나도 아이만을 위한 기차였다. 아이의 보호자가 같이 타는 정도까진 괜찮지만, 많이 양보해서 데이트하는 커플들까진 괜찮지만. 나는 도저히 탈 자신이 없었다. P는 그래도 혹하는 것 같았으나 나는 못하겠더라. 엑소는 했지만 난 못하겠어. 엑소는 아무도 없는 밤에! (아마도) 장소를 빌려서 탔는데! 지금 우린 다른 상황이잖아! 심지어 미니기차의 루트를 따라 낮은 펜스가 쳐져있고 그 주변으로 아이의 부모님들이 그리고 나들이 온 사람들이 뺑 둘러보고 있었다. 그뿐이랴. 기찻길의 양 옆에 서있는 건물 안팎에선 디자인 전시회가 열리느라 그곳에 방문한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너무 더우니 근처 카페에서 쉬다 다시 나와보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문을 연 카페가 없었다. 건물의 뒤로 가보았는데도 카페는 없었다. 조금 한적해지긴 했지만. 슬슬 짜증이 나고 피곤해졌다. 아니 여기 진짜 뭐하는 곳인데?


「더 짠내투어」에도 나와던 그 곳!


분명 보얼 예술특구에서 엑소가 카페에 갔단 말이야! 구글 지도를 켜고 엑소가 갔던 카페 <two two to go>를 찾으니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길을 건너 5분가량 가야 한단다. 아 길 건너에도 커다란 모형이 있던데 그것도 보얼 예술특구구나. 그래 가자! 

포기하지 않고 가길 잘했다. 이곳이 내가 생각했던 예술 특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즈넉함은 없지만 플리마켓도 열려있고 디자인 상점도 조금 있고. 타이베이의 <화산 1984> 축소 버전 같았다. 큰 서점도 있었는데 내가 찾던 카페는 바로 이안에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 엑소가 앉았던 자리를 찾았더니 그 자리엔 이미 사람이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것들과 분위기를 보니 딱 엑소 팬이다. 어차피 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었던 거라 미련 없이 나왔다. 그리고 운 좋게도 서점 한 곳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그곳에서 더위를 식혔다.




자리를 잡은 김에 대략적인 내일의 일정을 짰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타이난>에 가고 싶었는데 보아하니 더 이상 가오슝에서 할 것이 없어 보인다. 치진섬에 한 번 더 가면 몰라도. 뭐 그렇다고 타이난에서도 할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곳이니까! 타이난 하면 카페거리, 스차오그린터널 정도가 다다. 아침 한나절이면 될 것 같아. 그럼 오후엔 또 뭐하지? 여러 이야기를 하다 또 치진섬에 가기로 했다. 마치 방콕의 방끄라짜오처럼 또 룸피니 공원처럼 좋으니까 한 번 더 가. 대신 이번엔 오후에 가서 해 질 녘을 보고 오기로 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도 마시고. 조금 전까지 보얼 예술특구를 보고 가오슝에 실망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기대라 차올랐다.


대충의 계획을 짰으니 밥을 먹으러 가자. 엑소가 먹었던 우육면을 먹으러.





쭤잉역? 쭤잉역!
feat. 엑소가 간 삼우우육면


<삼우우육면 三牛牛肉麵> 가는 길은 쉬울 줄 알았다. 우리가 아는 '쭤잉역'은 MRT 노선에 있는 '쭤잉역' 하나니까. 그런데 구글 지도에 몇 번을 검색해보다오 "MRT 타고 가다가 버스로 갈아타~"란 이상한 길을 알려줬다. 무슨 소리야, 삼우우육면은 쭤잉역 근처에 있고 쭤잉역은 MRT 노선에 있잖아! 우리는 구글 지도를 무시하고 (그러나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하고 계속 신경 썼다) 쭤잉역까지 갔다. 막상 가보면 제대로 길을 알려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쭤잉역에서 내려서도 구글 지도는 여전히 이상한 길로 우리를 안내했다. 영 이상한데. 이쯤 되면 구글 지도가 아니라 우리가 이상한 걸지도 몰라. 역사에 있는 표지판과 구글 지도의 기호를 열심히 파헤쳐본 결과, 우리가 가야 할 '쭤잉역'은 MRT 쭤잉역이 아닌 TRA 노선의 쭤잉역이었다. 우리가 있는 곳이 쭤잉역인데 우리가 가야 할 쭤잉역이 아니었다. 자세히 따져 들어가 보면 우리가 있는 곳은 '신'쭤잉역이었다. 참나. 그나마 이곳, 신쭤잉역에서 우리가 가야 할 원래의 쭤잉역까지 TRA 한 정거장이란 게 다행이라면 다행. 여기에 얼마 후 떠나는 열차를 바로 잡아 탈 수 있었으니 어쩌면 운이 좋은 편일지도 모른다.

신쭤잉역에 도착하니 이제야 구글 지도가 제 노릇을 한다. 구글 지도는 처음부터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고 정말 길 한 번 찾기 힘드네. 쭤잉역에서 삼우우육면까지는 금방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줄이 있긴 했지만 내부가 넓고 회전율이 빨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비록 엑소가 앉았던 2층의 그 자리는 아니었지만. 시우민이 먹은 홍탕우육면과 P가 먹고 싶어 하던 마장면, 그리고 P가 블로그에서 본 만두를 시켰다.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홍탕우육면은 맵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매우면 좋을 텐데! 마장면과 만두는 마늘 맛으로 가득했다. 나는 마늘맛을 좋아해서 신났다. 전체적으로 다 맛있었다. 왜 현지인으로 가득 찼는지 알겠다.




자, 이제 다시 돌아가 보자. 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돌아가는 건 더 문제였다. 운이 따르는지 우리 숙소가 있는 미려도역까지 TRA가 운행했지만 불행하게도 MRT처럼 시간표가 많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버스를 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다 MRT 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고 가장 좋은 건 택시를 타고 가는 거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문제가 끼어드는데 P가 몹시 화장실을 가고 싶어 했다. 택시를 타면 아무리 빠르게 간다 해도 무리일 것 같으니 패스. 결국 역으로 들어와 화장실에서 볼 일을 해결한 후 돌아갈 밥법을 고르기로 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한 후 역무원에게 "미려도역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라고 물으니 "지금 3241 열차를 타면 된다"라고 말해주었다. 열차의 출발 시간은 19분, 현재 시간은 23분. 열차 출발 시간 옆에 4분 딜레이라 적혀있긴 하지만 딜레이 된 시간이 지금 이 시간인데. 불안해서 되물어보았는데도 지금 내려가서 타면 된단다. 이상하지만 직원의 말을 믿도 카드를 찍고 들어와 플랫폼에 내려가 보니 열차가 없다. 그럼 그렇지, 벌써 떠났네! 직원에게 되돌아가 물으니 그냥 거기서 기다리다 다른 열차나 타란다. 아니 당신이 3241 열차 탈 수 있다고 그거 타라면서요. 30분 뒤에나 오는 열차를 탈거였으면 우리가 뭐하러 그걸 타겠어. 화장실만 갔다가 버스나 택시 타고 가지. 진짜 화가 났지만 환불받아 다른 거 타고 가는 것도 다 귀찮아져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30분을 기다렸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된 길이 아니었다. 우리가 중간에 잘못 내리기도 했지만 어차피 그 열차 자체가 미려도역에 한 번에 가지 않고 환승을 해야만 하는 거였다. 되었다 되었어. 이제 포기했고 그냥 호텔로 무사히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로 돌아왔다. 원래는 호텔에서 조금만 쉬다 다시 나와 야시장에 가려했으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본 야시장이 시시하기도 했고, 삼우우육면을 오가는 길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힘이 없어 그냥 쉬기로 했다. 아휴 피곤해.


여행이 다 끝난 후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다. 길을 헤매면서도 우린 대만만 오면 이런다고, 이렇게 에피소드가 생긴다고 이야기를 했다. 길을 헤매도 결국엔 다 추억이 되고 괜찮아지는 게 여행의 묘미지.


2019년 5월 12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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