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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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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Jun 20. 2019

엑소 따라 컨딩 여행 제2화

#대만일기 3. 시우민의 8번 사슴을 찾아서 (그리고 가오슝으로)


[엑소 루트 따라 여행하기]

01. 해양박물관 屏東海生館

02. 정식방 鼎食芳

03. 루징 매화록 생태 목장 鹿境梅花鹿生態園區

04. 스모키조 SMOKEY JOE'S



구글 지도를 보니 샤오룽바오 맛집에서 <루징 매화록 생태 목장 鹿境梅花鹿生態園區 : 이하 사슴 생태 목장>까지는 도보로 20분. 이 정도쯤이야, 걸어가기로 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야 비 맞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둘 다 면세점에 산 버켄을 오늘 개시했단 말이야! 버켄을 보호하기 위하여 눈앞에 보이는 카페로 피신했다.



음. 너무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왔나. 카페는 정말 본분에 충실하게 커피만 팔았다. 커피를 제외하고는 대만 음료의 상징이라고 생각되는 밀크티뿐이었다. 밀크티도 좋아하지 않지만 커피는 아예 마시질 않으니 별 수 없이 주문한 밀크티.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마시다 보니 그래도 마실만했다. 밖을 보니 슬슬 비가 그치는 듯 해 남은 음료를 서둘러 마시고 밖으로 나왔다.



참나. 밖으로 나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비가 쏟아졌다. 에이 정말 타이밍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나. 우리가 나왔던 카페로 되돌아가기엔 애매해서 문 닫은 가게 처마 아래로 대피했다. 여기서 차 아래로 돌아다니는 쥐도 보면서 거진 2-30분은 시간을 보낸 것 같네. 슬슬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길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빗방울은 떨어졌지만 이 정도는 맞을 만 하지. 다행히 이번엔 걷다 보니 비가 완전히 그쳤다.



큰 길가 옆으로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꽤 여럿 나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세계 어디든 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제일이다. 컨딩의 골목은 타이베이의 골목보다 훨씬 정갈했다. 사람들이 '일본을 대신할 곳을 찾는다면 대만!'이라고 할 때마다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컨딩을 보니 조금은 수긍했다. 그러나 도쿄나 오사카보다는 오키나와와 그 결이 비슷하다.




엑소 멤버 모두가 샀다는 그 피규어. 전부 다 샀다.


시우민이 먹이를 주었던 그 사슴
008


사슴 생태 목장은 생각보다 더 가까운데 있었고 또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았다. 일본 나라의 사슴 공원 정도의 규모를 생각했는데 확실히 '공원'과 '목장'은 다르다.

사슴을 보기 위해선 입장권을 끊어야 했는데 입장권은 기념품샵 안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상술 아닌가. 친구가 줄에 서 있을 동안 재빠르게 기념품을 둘러보았는데 내가 사려던, 그리고 시우민이 샀던 사슴뿔이 달린 파란 아이링이 하나밖에 없었다! 안돼 품절되기 전에 사야 해! 그래서 사슴을 보기에 앞서 굿즈 쇼핑부터 하기로 했다. 시우민과 백현이 샀다는 사슴 아이링, 엑소 멤버 전부가 샀다던 사진 속 잠자는 사슴 피겨 그리고 리얼리티에서 시우민이 안고 있던 사슴 인형까지 급하게 샀다. 이래야 "엑소 따라서 여행 다녀왔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밖에 비가 내린 다했더니 직원이 나의 굿즈를 카운터에 맡겨주었다. 친절해라. (참고로 하나만 있던 아이링은 직원에게 더 없냐고 물었더니 아예 박스를 들고 와 꺼내 주었다. 그래서 4개나 사버렸네.)



입장권을 구매하면 1. 굿즈 구매 시 40NTD 할인을 해주거나 2. 사슴 먹이를 증정해주는데 우린 지체 없이 굿즈 할인을 골랐다. 굿즈를 살 때만 해도 야무진 선택이었다며 좋아했건만 목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선택을 후회했다. 먹이가 없는 우리 근처로는 단 한 마리의 사슴도 오지 않았다. 이런, 나도  엑소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 2에서 시우민이 먹이를 주었던 008 사슴이랑 놀고 싶은데!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풀 중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 사슴을 유인했다. 결과는 그럭저럭 중박. 이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결국 먹이를 샀다. 나도 사슴이랑 놀고 싶다고!



먹이를 사는 순간부터 내 주변으로 두어 마리의 사슴이 다가왔다. 그 사슴들에게 대충 먹이를 주다 008 사슴을 찾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008. 사슴아 어디 있니, 이 풀은 모두 너의 것이란다. 내가 들고 있는 한 무더기의 풀을 보더니 사슴 여러 마리가 다가왔다. 그래 이렇게 먹이를 주고 있다 보면 008도 다가오겠지. 그리고 내 손의 풀이 거의 다 떨어져 갈 때쯤 008이 왔다. 나는 너를 기다렸어!



시우민이 먹이를 줄 때만 해도 분명 작은 아기 사슴이었는데 어느덧 어린이와 청년의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예쁘구나. 화면 속에서도 제일 예뻤는데 실제로 봐도 제일 예뻐. 



나는 다 같은 풀인 줄 알았는데 이 풀의 심 부분이 가장 맛있는지 모든 사슴들이 마지막에는 야무지게 이 심을 쏙쏙 뽑아 먹었다. 그리고는 아직 풀이 남아있는데도 냉정하게 뒤돌아 떠났다. 정말 단물만 뽑아먹고 가네.


이런 길 한복판에 버스가 섰다. 버스 표지판도 없는데.


008 사슴에게 먹이를 주다니! 이제 사슴 생태 목장에서의 내 할 일은 다 끝났다. 지치기도 했고, 우리 호텔 근처에 있던 바다도 보고 싶고 또 저녁에는 가오슝으로 떠나야 했기에 미련 없이 밖으로 나왔다.

자 그럼 이제 컨딩 시내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돌아가지? 택시를 탈까 하다 지도에서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기에 버스를 타기로 했다. 컨딩의 버스정류장은 버스 표지판이 없는 곳도 있고, 있다 해도 잘 안 보이는 곳들이 대부분이 버스 한 번 타려면 진이 빠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도 구글 지도를 믿고 기다리니 어떻게 버스를 타긴 했다. 그래, 어찌 되었든 도착만 잘하면 되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본 바다.



SMOKEY JOE'S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저녁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로 갔다. 버스에서 바다가 보일 때마다 흥분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더 흥분되었다. 와 정말 왜 이렇게 예쁜 거야?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수영복을 챙길까 말까 짧게 고민했었는데 가져올걸 그랬다. 호텔 수영장도 그렇고 이 바다도 그렇고 다음에 다시 컨딩에 온다면 꼭 수영복을 챙겨야지.

해수욕은 즐기지 못했지만 또 생각해보면 나는 발은 담가도 몸을 다 담그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이내 수영복은 잊어버렸다. 대신 사진을 엄청 찍었다. 앉아서도 찍고 서서도 찍고. P와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해변에 드러눕기도 했다. 쪼개져 내리쬐는 빛 덕분에 바다가 더 예뻐져서 어떻게 찍든 다 마음에 들었다.




해변 옆에 그리고 우리 호텔 옆에 첸과 찬열이 갔던 식당 <SMOKEY JOE'S>가 있었다. 어제 우리 호텔에서 바라보며 예쁘다고 했던 건물이 바로 이 곳이었다. 마침 저녁때잖아. 그래서 들어갔다. 엑소가 앉았던 곳에 앉고 싶었으나 그곳은 오픈하지 않았다기에 처음 안내받았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비록 자리는 다른 곳이지만 메뉴만은 같은 것을 먹자! 첸과 찬열이 먹었던 메뉴인 타코와 맥 앤 치즈를 주문했으나 맥 앤 치즈는 어린이용 메뉴라길래 콥 샐러드를 시켰다. 이때만 해도 어린이용 메뉴라 안된다는 건 줄 알고 서둘러 다른 메뉴를 시킨 건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어린이 메뉴라 양이 적은데 괜찮냐'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 아무튼 여기에 사이다 큰 잔과 작은 잔도 하나씩 시켰다. 음식보다 사이다가 먼저 나왔는데 와 큰 잔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둘이서 이 한 잔이면 충분할 텐데, 아니 셋이서 이 한 잔도 충분할 것 같은데? 보통 이 정도 사이즈면 직원이 먼저 말해주던데 여기선 아무 말도 없었다.

사실 이 식당의 직원들이 전부 친절보단 불친절에 가깝긴 했다. 뭐 그래도 식당이니까 음식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하지만 불친절을 감수하고 먹을만한 맛은 아니었다. 타코는 맛은 괜찮으나 먹기가 너무 불편했고 콥 샐러드는 그냥 콥 샐러드였다. 사람들이 많아 기대했는데 맛보단 식당의 인테리어나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나처럼 엑소 따라온 사람이거나. (내 뒷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디오의 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한번 바다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사실 노을을 기대하고 간 건데 해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사라졌다. 바다와 함께하는 컨딩의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호텔로 돌아와 캐리어를 찾고 가오슝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왔다. 컨딩에서는 마지막까지 버스를 타는 게 쉽지 않았다. 공항에서 직원이 준 시간표에는 분명 9188번 버스를 타라고 적혀있었는데 막상 9188번 버스를 타려니 우리의 목적지에 가지 않는단다. 정류장 옆 벤치에 앉아있는 술 취한 배불뚝이 현지인 할아버지는 계속 말을 걸지 (어디 가냐고 묻기에 대답을 해줬는데도 계속해서 어디 가냐 물었다. 알아서 뭐하게.) 버스는 안 오지 참 답답했다.

버스 번호가 틀렸는데 시간표라고 맞으랴. 다른 한국인 친구들과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9189번,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탔다. 겨우 버스를 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가오슝으로 가는 내내 잠을 잤다.




가오슝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미려도역. 나와 P는 그 어떤 감동도 느끼지 못했다.


드디어 가오슝에 도착했다. 버스는 <가오슝 쭤잉역> 앞에 우릴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MRT역이 있다니 가오슝에서는 일이 술술 풀리려나 보다. 타이베이에서 하도 타 이제는 우리의 지하철처럼 익숙해진 MRT를 타고 호텔이 있는 <미려도역>으로 갔다.



미려도역에서 우리가 예약한 호텔까지는 15분 남짓 걸렸다. 우린 언제나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라 역과 먼 호텔에서 묵었으나 오늘은 피로가 쌓여 평소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그래도 힘들게 도착한 호텔의 컨디션이 좋아 피로가 조금 가셨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시설은 전체적으로 오래되었으나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곳이었다.

대충 짐을 풀고 나와 패밀리마트에서 요깃거리를 샀다. 컵라면과 만두 그리고 지금 당장 너무 먹고 싶었던 쌀밥과 김치도. 나는 해외에 나가 살더라도 밥과 김치를 꼭 먹어야 해서 아마 그거 공수하느라 힘이 다 빠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현지의 음식을 못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2019년 5월 11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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