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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yinBath Apr 14. 2017

Earthly Desires

이건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닌, 물욕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행복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굉장히 세속적인 성향을 지닌 인간이고 그런 나에게 물욕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오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사실 국민학교) 저학년의 나이에 컴퓨터로 할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도 친할머니를 졸라 삼팔육 컴퓨터를 얻어낸 것만 보아도 대단한 물욕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 당시 삼팔육 컴퓨터 한 대의 가격은 어마어마했기에 대도시가 아니었던 내 고향마을에서 주위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컴퓨터를 집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참고로 우리 집은 중산층 가정이라 부르기에 조금 민망한 살림살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철이 없었던 어린 나의 모습에 한심스럽고 부끄럽지만 뭘 어쩌겠는가. 내 유년은 이미 지나갔고 난 어릴 때부터 굉장힌 물욕을 가진 아이였다는 사실만이 남았다. 


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갔고, 다행히 나쁘지 않은 대학이라 과외를 하며 쉽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서 받은 돈이 아닌 내가 번 돈이 생긴 것이다. 내가 번 돈의 가장 좋은 점은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것에 쓸 수 있는 자유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물건들을 사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지낼 때에는 특정한 물건들의 collector(콜렉터)가 될 만큼 object(오브젝트)에 애정을 갖지 않았고 그저 유행에 따라 이것저것을 사서 소비하는 것에 집중했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그때의 젊은 소비문화가 그랬던 것 같다. 외국 브랜드들이 대부분이었고 유행에 민감하게 한 브랜드에서 다음 브랜드로 옮겨가며 모두들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대학가를 누볐다. 특정 물건들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에는 유행이 너무나 빨리 바뀌었고 우리는 바빴다.


지금 난 20대의 나와 굉장히 다른 소비를 하고 있다. 물론 철따라 새 옷을 사고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룩(look)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난 확실히 덜 사며,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으며, 소비를 위해 제조사와 제조방법을 꼼꼼히 조사하며, 애정을 갖게 된 몇몇 아이템들이 생겼으며, 그것들을 모으는 행위가 기쁨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변화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국을 떠나 영국이라는 새로운 나라 정착해서였을까. 물리적인 위치 변화가 내 소비패턴을 변화시킨 걸까. 그게 아니라면 시간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이 날 조금 더 현명한 소비자가 되게 한 걸까. 나이 들면 철든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돈일까. 난 단순히 예전보다 가난해져서 소비를 덜 하고 있는 걸까.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80년대 삼팔육 컴퓨터를 갖지 못해 몇 주를 끙끙 앓며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못된 소비를 하던 어린아이가 더 이상 아니며, 90년대 과외비로 받아 온 현금봉투를 들고 학교 앞 가게들을 전전하며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났던 못난 대학생과도 꽤나 달라져있다. 


난 나의 이런 변화가 마음에 들고 계속 이 방향으로 변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자아성찰 정도라 해두자. 난 이 글을 읽는 그 누구에게도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의 논리를 펴고 있지 않다. 난 어쨌거나 굉장히 물욕이 많은 세속적인 인간의 전형이니까.


다음 글에서는 내가 요즘 빠져있는 몇 가지 물건들이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Made in Britain 제품들을 파는 바스(Bath)에 있는 작은 상점
동네에 있는 안티크(Antique) 가게
베를린에 있는 편집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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