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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Dec 09. 2024

회사원들 1년간 문학 워크샵을 했을 때 벌어지는 일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전직원 문학 워크샵 1년 프로젝트 후기



아니, 직원들이 1년 새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요? 훨씬 성숙해진 것 같아요. 상대방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도 세련되고, 받아들이는 유연성도 못 보던 모습이에요.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제주시자원봉사센터는 공공기관 성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문을 많이 받는다. 매년 사업이나 조직에 대한 자문을 해주시는 전문가가 작년과 달라진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국장님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기대하는 조직에서는 1년 단위로 문학 워크숍 같은 프로젝트를 하기 꺼려할 수 있지만,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투자 가치일 것이다. 작품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담당자를 정해서 간단한 발제를 하고 돌아가면서 마이너스 요약을 진행한 후에 내용에 살을 덧붙이고(1교시), 토론게임(2교시)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두 시간이 너무 짧아서 시간을 늘리고 싶었을 정도였다. 발제에서는 기본적인 쓰기가 들어갔기 때문에 간단한 양식을 제공하며 양식에 맞게 쓰도록 했더니 담당자들이 세미나 전에 이메일로 자료를 공유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기업이나 기관, 조직에서 정기 세미나를 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촘촘하게 양식을 만들었고, 양식을 토대로 간단한 독서감상문을 쓰도록 했다. 처음에는 뻘쭘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2교시 토론게임이었다. 성인 토론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3년 동안 뼈아픈 실패를 맛봤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했고, 감정적 소모 없이 과열되지 않는 토론 게임을 1년 동안 즐길 수 있었다. 이것은 토론이 아니라 '게임'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자의 입장보다는 반론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때 감정소모가 줄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조직의 특성과 목표를 문학 세미나에 명시하느냐 마느냐는 것이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의 경우 "자원봉사"라는 키워드를 담아낼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고심 끝에 빼기로 했다. 자원봉사를 상수로 두면서 문학세미나를 진행할 경우 문학세미나가 한쪽으로 쏠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자원봉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에 대한 고민이 나왔고, 이것이 소설과 잘 섞여들었다. 


2025년에는 직원들과 함께 '독서감상문 쓰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에 독서 칼럼 연재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쓰기에 대한 체계화 작업도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2024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조직 구성원의 문학 워크샵은 문화 향유에 대한 욕구를 높여줄 뿐 아니라 토론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주고,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단합시켜 준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문학 실험을 계속 하면서 조직이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일은 무척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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