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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Feb 14. 2022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 리터러시

그림책 먹는 물고기 독서법

초등 저학년도 리터러시가 필요해


초등학교 저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리터러시 수업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말을 잘 하는 아이나 책을 잘 읽는다고 하는 아이들도 정작 그림책의 내용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말을 못하거나 파악이 어렵다. 전체적인 스토리만 막연하게 들었다면 인물, 사건, 갈등 같은 기초적인 분석이 안 될 수밖에 없다.


리터러시의 문제는 중학교에 가면 더 커져 있다. 중학생들과 소설을 읽으면서 인물 분석을 시도해 봤는데 분석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설에서는 문장을 통해 인물의 성격과 행동이 나타난다. 인물의 성격이 문장에 명백히 나왔는데도 놓치기 일쑤였다. 나는 아이들이 인물이나 사건, 갈등 등 그림책이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핵심 요소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초등 저학년에 맞는 독서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림책 먹는 물고기"를 만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리터러시 방법인 '소설책 먹는 물고기'의 초등학교 저학년 버전이 필요했다.



초등 저학년도 리터러시가 필요해


1. 누가 무엇을 했나요?
2.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3. 어떤 문제가 생겼나요?
4. 어떻게 해결했나요?


초등학교 저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아주 쉬운 언어로 인물, 사건, 갈등을 이야기해야 했다. '누가 무엇을 했나요?'는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는 질문으로 인물의 행동이 사건으로 발전하고 갈등으로 파생될 수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는 사건의 쉬운 표현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나요?'는 갈등이 나오는 부분을 쉽게 표현한 것이다. '어떻게 해결했나요?'는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을 쉽게 표현한 것이다. 예비 초등 2학년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이 질문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책내음)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책내음)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는 나무 위 다람쥐의 집 앞마당에 뚝 떨어진 달님을 훔쳤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달님을 없애려는 과정에서 일이 점점 커지는 사건을 다룬 그림책이다. 1~4의 질문을 반복해서 쓰게 했다. 왜냐하면 반복적으로 쓰는 과정에서 그림책의 어떤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하는지 각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실제 그림책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썼다. 앞의 친구는 "염소가 달님을 받았어요. 뿔로" 부분을 인상적으로 봤나 보다. 뒤의 친구는 "다람쥐가 자기 집 앞에 있는 달을 굴러 떨어뜨렸어요"를 골랐다. 한 그림책에도 여러 가지 인물이 여러 가지 행동을 하기 때문에 친구의 작품을 통해서 배우는 점도 있다. 글을 쓰면 그 부분을 따라 그리고, 그 부분이 나온 장면을 오려서 붙이게 했다. 이렇게 하면 '인물'에 대한 초등 저학년 리터러시 활동지가 완성된다. 



<좀 별난 친구>


두 번째 질문인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는 1번의 질문인 '누가 무엇을 했나요?'가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아직 1번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사건에 대한 이해로 넘어갈 수 있다. 이번 수업에서는 1번 질문이 채워져야 2번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고양이가 할머니에게 생선을 얻어먹었어요'는 마지막 장면에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는 장면이다. 두 번째 친구가 쓴 '고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도 1번 질문에 가깝다. '뭔가가 고양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어요'가 사건에 가깝지만 무리해서 이해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다. 세 번째 아이는 '뱀이 고양이를 구해줬어요'라고 썼는데 이것도 1번 질문에 가깝다. 


핵심 질문 4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자신의 문장으로 쓰고, 그 부분이 나온 그림을 직접 그리고, 비교해볼 수 있게 오려 붙이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작가의 의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집에서도 그림책을 읽을 때 '누가 무엇을 했나요?'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주면서 그림책에 대한 기초적인 분석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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