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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Feb 04. 2022

소설책 잡는 물고기 독서법

소설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

생각의 그물로 파닥거리는 소설책을 잡기(첨부파일 참조)



소설책을 읽고 나면 허공을 맴도는 기분이 좀 그렇다. 서평을 써보려고 하면 좀 그런 기분은 짜증으로 바뀐다. 생각날 듯 날 듯 하면서도 생각나지 않는 건 '독서 경험'이 막연한 생각의 뭉치로 있기 때문이다. '메모 독서'를 할 때도 가장 메모하기 어려운 건 소설책이다.


특히 소설작품은 압축적인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문장을 일을 때보다 처리 용량이 크다. 만약 비문학의 문장이 1MB의 용량이라면 소설의 문장은 최소 10MB에서 100MB를 넘고, 소설가 카프카 같은 난해한 작가들의 문장은 1GB의 처리 용량이 필요할 정도다. 하지만 소설은 반드시 거치고 가야 하는 코스가 있기 때문에 길목만 잘 잡으면 놓치지 않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노련한 어부가 물고기의 길을 잡고 있다가 그물을 던지면 배를 가득 채울 만큼 잡는 것과 같다. 생각의 바다에서 소설이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기술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소설 물고기를 잡는 생각의 그물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사용설명서를 소개하겠다.


양식장 물고기와 바다 물고기를 잡는 물고기 독서법(첨부파일 참조)



일단 양식장 물고기부터 시작하자. 양식장 물고기 독서법은 카테고리가 고정이다. 물고기의 몸통에는 소설의 핵심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이 들어가고 복선과 좋은 문장,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정보들을 담는 칸이다. 물고기의 주둥이에는 소설책 정보와 작가 정보를 쓰게 했다. 언제 작품이 출판되었는지는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는 필수 정보이기 때문이다. 서지정보를 게을리 하면 진공상태로 소설작품을 읽어야 하니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래쪽에는 10개의 태그를 달고 100자평으로 정리하게 했다.


바다 물고기는 모든 칸을 공란으로 두었다. 고정된 카테고리도 중요하지만 소설 읽기는 열린 독서이기 때문에 카테고리도 자유롭게 만들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카테고리는 어떻게 만들까?


카테고리는 실패할 때도 있고 성공할 때도 있다. 카테고리를 야심차게 만들었는데 관련 구절이 한동안 차지 않으면 지우고 다른 카테고리를 쓰면 된다. 바다 물고기 독서법은 스스로 카테고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실패와 성공의 쾌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읽었던 소설책을 가지고 바다 물고기 독서법 샘플을 제시하겠다.


코로나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된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는 '인물', '사건 시간 역사 흐름 전개'라는 양식장 독서 카테고리 외에도 '공간'이라는 카테고리가 특색 있다. 그리고 '페스트 인간' 카테고리가 있는데, 페스트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적었다. '정치' 카테고리도 흥미로운데, 페스트라는 재해는 정치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왕 펠리세 4세의 공주 마르가리타를 중심으로 공주의 하녀와 시동들이 등장하는 벨라스케스의 그림 <라스 메니나스>을 모티브로 17세기 스페인 거리로 독자들을 데려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사계절)에서는 '아버지' 카테고리를 넣었다가 실패했다. 초반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역할이 없어졌고, 오히려 별 기대하지 않았던 '크리스토발 수사'는 엄청난 관련 구절을 모았다. '가족' 카테고리와 '바르톨로메' 카테고리는 소설의 전형적인 인물 카테고리를 이룬다.


지독한 소외와 고독, 그리고 삶 전체를 부정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달콤한 노래>는 2016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면서 영화 <퍼펙트 내니>로 개봉하기도 했다. '인물', '사건, 이야기 흐름'이라는 양식장 카테고리 외에 '마음'과 '차별'이라는 카테고리를 생성했는데 많은 구절이 모이지는 않았다.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70이 가까운 나이에 출간한 첫 소설로, 201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편견을 딛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와 습지의 생생한 사계절 풍광 묘사가 인상적이다. 인물은 '테이트'와 '체이스 앤드루스'로 나뉘었는데 작품의 초반부터 줄곧 체이스 앤드루스가 나와서 나눌 수밖에 없었다. '사건, 흐름'과 '명문' 카테고리를 넣었다. 그리고 '지역,공간,생태계,연구' 카테고리를 넣었는데. 원래는 '지역' 카테고리만 넣었다가 추가한 것이다. 카테고리는 뒤에 늘리면 되기 때문에 비슷한 특징끼리 생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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