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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Sep 19. 2023

대체 '이완된 긴장'을 어떻게 하지?

이완(Relax)이 어려운 이유

요가를 시작하면서 '긴장을 풀어라' '이완하세요'이라는 말을 수십번 수백번 듣게 된다. 그런데, 그 긴장 풀기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힘 빼기가 참으로 힘들다. 차라리 힘주는 편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렇게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온몸에 긴장을 하고 살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목과 어깨는 기본이고, 골반과 엉덩이, 팔과 다리, 척추와 가슴, 심지어 얼굴 미간과 눈 입술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채로 지내온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다. 사소한 외부의 자극에 일일이 방어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계속 위축되었을 내 몸에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완이 안되는 건 그렇다치고 정작 꽉 조여야할 부분이 느슨하게 풀어져있다는 사실이었다. 가령 복부가 그러하다. 나는 특히 복부에 힘이 없어서 동작을 할 때 몸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다.  


또한가지 내가 놀란 점은 이 '이완(relax)'이 단순히 신체의 이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온몸의 긴장이 풀어졌어도 우리의 뇌, 정신이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이완이 아니라는 것. 늘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몸의 긴장보다 오히려 정신의 긴장을 풀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머리의 긴장, 뇌의 긴장을 푸는 시간이 하루 중에 과연 몇 분이나 될까? 나 역시 요가매트에 누워서 온몸에 힘을 빼고 있는 상태에 있어도 나의 뇌만은 몸과 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거나 어떤 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때가 많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지나간 과거에 머물고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에 마음을 두고 있다. 진정한 릴렉스 상태가 되기는 나에게 이렇게 어렵다.







그리고 아사나를 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완전히 백프로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이완된 긴장'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참..어렵다.  '이완된 긴장'이라니 정말 모순된 상태가 아닌가..


지금 나는 말로도 글로도 이 상태를 도저히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상태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수련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 '이완된 긴장'이라는 이상한 조합의 상태가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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