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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Oct 19. 2024

#028(D-73)이러려구 시작한거 아니잖아요?

초심으로 돌아가기_요가에 대한 단상

작년에 1년 과정 요가강사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자주 혹독한(?) 연습을 했었는데 중간에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한번 강도가 조금 쎈 연습을 하면 그 후 며칠동안 나는 온몸이 아프고 힘들어서 죽을 맛인데 젊은 친구들은 나보다 빠르게 제 컨디션을 되찾는 것을 몇 번 목격한 후 '아, 나는 나이도 제일 많은데..이걸 내가 계속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기운이 빠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가까이 지내는 동생에게 이런 괴로움을 투덜대며 호소했더니 그 친구가 나에게, "언니, 이러려구 요가 시작한 거 아니잖아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언니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져보아요.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거라면서요?"라고 말했다.


아 맞다, 그랬지. 내가 남들처럼 잘하려고 시작한게 아니었지. 나는 무너진 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제대로 작동시키려고 정말 힘들게 요가를 시작한 건데 어느새 나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고 있구나. 그 친구 말대로,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것인데 어느새 나는 몸의 작용만을 조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가만히 되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의 현재 문제는 내가 나이든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체력이 강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특히 손목과 발목은 꽤 오래 전부터 약했고 손목을 평소보다 조금만 더 많이 사용하면 늘 시큰거렸다. 걷다가 균형이 안맞아 발목도 자주  삐긋해서 아팠었다. 자세도 허리를 꼿꼿이 펴지 못하고 배에 힘을 빼고 축 늘어뜨린 구부적한 자세였고 코어의 힘이 약해서 윗몸일으키기를  10개를 채 넘기지 못했다. 학창시절 체력평가 때,  팔에 힘이 없어 철봉 매달리기도 항상 빵점을 맞았던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매달릴 수 있지? 힘 주지 않고도 대롱대롱 오래 매달려있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던 내가 3년 전부터 요가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요가를 시작한 후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면 자세가 좋아진 점이다. 의식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배에 살짝 힘을 주게 되고 어깨에 힘을 빼게 된다. 당연히 처음부터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피곤하면 다시 배에 힘이 빠지고 자세가 무너지곤 한다. 그래도 허리와 어깨를 펴고 가슴을 열면서 덜 넘어어지고 몸의 밸런스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여전히 몸 여기저기에 군살은 있지만 배에 몰려있던 피하지방은 조금씩 분산이 된 건지, 예전에는 옷을 입을 때 배를 의식해서 항상 티셔츠를 바지 밖으로 빼서 입었는데 요즘은 바지 안으로 넣어입어도 그럭저럭 균형이 맞아보인다.

그러나 이런 몸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는 어떤 일로 마음이 불안정해질 때, 불편해질 때, 내가 왜 이렇지? 아, 내 마음이 지금 이렇구나 하고 나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점이다. 요가 교육를 받으며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했던 것이 일상에서도 조금씩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억울함, 분노 같은 강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그 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고요히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건 힘들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이 과정이 나에게는 희망을 준다.    


나는 내가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살아오면서 어려 번 위기에 빠졌었지만 지금 이렇게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일상에서 마음과 몸을 바라보려고 무엇인가를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내가 꼬인 마음으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을 때 통렬하게 일깨워주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점도 나에겐 축복이다. 이 점을 깨닫는 순간, 조급했던 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고 편해졌다. 마음의 고요함을 지니고 이 주말을 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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