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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규 Jan 17. 2021

1월 3주차 점검

1

취업했다. 청담에서 일한다. 취업해서 기분이 좋긴 좋은데 일단 방을 구해야 한다. 중소기업전세대출(a.k.a. 중기청)을 계획하고 있다. 30일 만근 후 월급을 받아야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중기청이 가능한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렵고, 매물을 찾았다 해도 집주인과 계약하고 대출 심사를 최종 통과하는 절차도 있어서 최소 한 달이 걸린다고 들었다. 그래서 두 달 동안은 회사 근처 고시원을 계약해서 이틀째 살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출근이다.


2

방음이 안 되는 좁은 공간(옆 방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물방울 단위로 들림. 옆 방 소변의 시작점과 끝 지점이 이어폰을 낀 것처럼 생생하게 들림.)에서 지내야 한다.

침대에 누웠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 방에는 가래맨(한 시간 단위로 쿠오오오오오악 소리를 내며 가래를 뱉음)이 살고 있고 오른쪽 방에는 테이블 브로커(어떤 이유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하루에 한두 번 “아이~씨!!”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쿵쿵 내려침)가 살고 있다.

이렇게 이름을 붙여준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그들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너무 신경질 나고 동시에 무섭다. 방에서 빨래를 개다 가래맨의 인기척을 들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서 연결되어 있다. 내가 넓고 방음이 잘 되는 방에 살았다면 듣지 않아도 됐을 소리들. 물질적 풍요는 나에게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선물해준다.


3

빨간색 반스를 사고 싶다. 산다고 해도 어떤 바지와 매치하는지 잘 모르겠다.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혹시 빨간색 신발을 신은 사람은 어떤 바지를 입었는지 유심히 보았다. 사람들 대부분 흰색이나 검정 신발을 신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색깔의 신발을 신고 다녔다. 무채색으로 단정 지었던 세상이 컬러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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