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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규 Jan 24. 2021

ㅡ 공


등산이 취미가 된 지 일 년이 넘었어요

습관처럼 별 뜻 없이 산에 갑니다


지금은 내려가고 있어요

한 시간째 듣는 음악이 지루해졌어요

양손을 점퍼 주머니에 푹 찌르고

발밑의 경사만 의식하면서 걷습니다


정상에 장갑을 놓고 온 게 생각났어요

그래도 그냥 내려갑니다

많이 피곤해서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되죠


저 나무는 항상 저기에 있어요

더 관찰할 게 없어요


동네에 접어들었어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공을 던지고 받으며 놀고 있어요

한쪽에는 자전거 자전거 위에는 벗어둔 외투들


쇠창살 문이 닫혀 있는 놀이터 입구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의 공놀이를


한 아이가 나를 향해 돌아봐요

이쪽으로 공을 던져요

쇠창살 너머로 공이 날아와요 엉거주춤 공을 잡았어요


한쪽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아이들을 바라봐요 


아이들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요

나무가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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