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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Feb 27. 2022

나는 왜 퇴근 후에도 공부할까?

배우는 게 재밌다면, 일도 생활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 링크드인을 통해 리크루터의 메시지를 받았다. 쌓아온 커리어의 방향성, 비전이 맞닿아있는 듯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그간 해온 일의 궤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퇴근 후에도 뭔가를 계속 고민하거나 배우는 이유와 동력이 있을까요?"


모르는 걸 깨닫고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일하며 배우고, 배운건 다시 일에 적용한다. 모르던 걸 알아가고, 여전히 모르는 게 남아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보고, 고민을 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 과정이 즐겁다. 


공부에 있어 나는 아마추어다. 석사, 박사 과정을 간 친구나 동기들처럼 공부와 학문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장막 너머에 숨은 진리의 빛 한 줄기를 들춰내겠다는 포부나 신념은 없다. 나는 그저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 알게 된 것에 대해 떠들고, 이를 적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부 자체를 업으로 삼지 않았기에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과와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나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구태여 구태여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균형이 무너진다고 불행해지지 않는다. 배우는 게 재밌다면, 일이 배움이고, 배운 게 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구태여 무언가를 나누고, 구분하고, 균형을 맞추려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된다. 생활에도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모델이 있을까?  


물론 이건 앞서 말했듯 성과와 결과와는 관계가 없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늘 무언가를 모른다는 일이고, 그러니 늘 틀리는 사람, 늘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결코 전문가, 프로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뉴타입의 시대]의 문장이 떠올랐다. 


"뷰카(VUCA) 현상이 점점 더 두드러지는 시대에는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급속도로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온 사람, 즉 '전문가'의 위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  현재 세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의 대다수는 최근 20년 사이에 창립되었다. 그들은 '초보자'로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존재감을 발휘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모든 게 변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세상이라면, 그래서 기존의 지식과 경험의 반감기가 매우 짧다면, 지금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 배우는 게 중요할 테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빛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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