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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r 11. 2022

회사의 성장을 나의 성장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너무 당연한, 그러나 많은 주니어들이 실제로 체감하지 못한 듯한 이야기

MZ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성장하고 있는가?


커리어의 관점에서 MZ 세대에 대한 분석으로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다.


"MZ세대는 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한다."

"MZ세대는 이전과 달리 조직만 믿고 헌신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른바 기존의 산업, 조직보다도 더욱 성장을 중요시하고 조직과 개인의 건강한 이해관계를 추구한다고 하는 스타트업에서 있어보면서, 정말로 MZ세대가 저 말을 체감하고 있는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들었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이 역시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러나 나 스스로의 경험과, 목격한 사례 등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과 구성원이 성장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은 사실 대표의 몫이 가장 크다


당신은 당신의 몫을 훌륭히 했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당신 덕분에 그만큼 큰 건 아니다.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은 결국 대표의 IR, 피칭, 투자로 이루어진다. 물론 당신의 몫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몫은 당신의 월급만큼이었다. 회사의 매출이 n배로 훌쩍 뛰었다고 그 n배를 당신이 만들었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 


물론 그 n배의 1/n에는 당신이 있으니, 이는 여전히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맞다. 



2. 즉,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 


회사의 매출이 뛰고, 투자사의 평가 가치액이 증가하고, 투자로 인력 채용을 했다고 하자. 그럼 그만큼의 성장이 있을 동안 재직해있었으니 당신도 함께 성장한 걸까? 미안하지만 답은 "아니오"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는 위의 이야기와 대동소이한데 왜냐하면,


1)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은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2) 그 투자는 사실 당신의 역량과는 별개로, 사업모델과 아이템의 검증, 그리고 창업 멤버를 통해 이루어졌다

3) 그러니 회사의 성장과 당신의 실력 성장 사이에 상관관계를 추론하거나 기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면 대체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어떤 구조로 나타나는 걸까?



3. 회사의 규모, 네임벨류는 투자 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선, 자력으로 매출과 규모를 n배씩 키워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고객과 시장을 상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이나 아이템을 내세웠으니 말이다. 


다만 해당 시장과 사업모델, 아이템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의 현금 수혈이 끝난 뒤, 해당 회사는(정확히는 대표는) 업계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유명해진다. 그리고 회사는 투자금을 활용해 사람을 채용한다.


따라서 투자 후, 회사의 규모와 네임벨류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투자라는 외부 수혈을 통해 회사의 업계 및 VC 내 평판과 인력 규모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그린다.



4. 반면 개인의 성장은 잘해야 y=ax+b 그래프다


외부의 수혈을 통해 기하급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조직과 달리, 그러나 개인의 성장은 산술급수적이다.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 학습, 시도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잠을 줄여이는데에도 한계가 있고, 사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보고 배울 곳도 드물다. 


이 악물고 퇴근 후 착실히 비즈니스에 대해 배우고, 내 직무의 본질이나 방법론, 그리고 기술에 대해 연마하고, 레퍼런스를 스터디하고 등등해야 겨우 y=ax+b 그래프를 그린다. 


그러나 그마저도 퇴근 후의 시간을 자신의 실력과 커리어 성장에 투자했을 때의 이야기다. 퇴근 후의 시간에 밀도와 깊이가 없었다면, 개인의 성장 곡선은 평행선을 그리게 된다.


잘해봐야 정직한 1차 함수 그래프. 대부분은 평행선이다.



5. 조직의 성장 곡선과 개인의 성장 곡선을 합치면, 간극이 나타난다. 그 간극이 당신을 좌절시킨다. 


회사의 기하급수 곡선과 개인의 산술급수 곡선 사이에 간극이 생겨난다. 

자 이제 두 곡선을 합쳐보자. 투자 후 회사는 네임벨류와 규모 면에서 이전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당신은 잘해봐야 y=ax+b 곡선을 그렸거나 기존과 다를 것 없는 평행선을 그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회사와 나 사이의 간극이 발생한다. 


- 회사는 커진 것 같은데 나의 대우, 처우는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 회사는 유명해졌는데 나의 실력은 그대로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즈음, 회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 이 친구는 그래도 얼추 회사의 성장을 따라오네. 

- 이 친구는 고생은 했는데 역량은 그대로네. 

- 투자도 받았고 앞으로 회사가 더 큰 일을 더 빠르게 하려면 결국 실력 있는 친구들이 필요해. 경력직을 채용해야겠어


그러면 결국 회사는 두 가지 행동을 하게 된다.


1) 기존의 구성원들이 직무상 해주지 못하는 부분, 혹은 역량 수준상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경력직을 채용한다. 그리고 그 경력직은 '모셔오는' 그림이기 때문에, 연봉도 직급도 당신보다 높다


2) 그럼에도 회사의 성장을 많이 따라오고, 또 여기에 기여를 조금이나마 더 한 구성원에게는 약간의 보상을 한다. 진급을 시키든, 협상을 새롭게 하든. 


결국 이 경우, 성장 곡선을 그리지 못한 구성원들은 결국 굴러온 돌이 자기 상사나 선임이 되는 걸 지켜보거나, 그것도 모자라 동료/동기/또래인 줄 알았던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고생은 같이 한 거 같은데 나는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낀다. 배신감, 좌절감, 내가 왜 스타트업에 왔을까 등등... 마음은 어느새 애처로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회사는 성장을 위해 간극, 빈 틈을 메꿔야 한다. 즉, 인재 밀도를 높이려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당연히 그 간극을 메꿀 수 없다. 그래서 경력직이 찾아온다.




6. 내가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개인이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 방법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날마다 공부하고 발버둥 치는 한낱 주니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


1) 투자가 끝난 뒤 나의 자리를 보자


위의 조직과 개인의 성장 곡선에서 설명한 것처럼, 회사는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구성원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력직을 채용하거나, 그래도 얼추 따라온 이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취한다. 


즉, 투자가 끝나고 경력직이 들어와 나의 수평 관 (=다른 직무)가 아닌 나의 밑으로 사람이 생겼다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단 의미고, 나의 위로 사람이 생겼다면 내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나의 위니 아래니 하는 것과 별개로, 나의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직급을 달거나,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당신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해당 조직의 성장을 따라갈 만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2) 내가 이직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자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우리는 결코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애초에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갈 수 있었던 사람은,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던 시니어, 혹은 정말로 뛰어난+그리고 모든 시간을 성장에 쏟아부은 사람일 테다. 아직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우리는 그러지 못하는 게 사실 당연하다.


그러면 이 경우 나의 성장을 가늠하는 관점을 회사가 아니라 시장 전체로 넓혀보자. 비록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진 못했지만, 나는 과연 커리어 시장에서 좀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나? 만약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나 역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다면, 비록 그것이 지금의 회사의 눈높이엔 부족했을지라도 시장은, 다른 회사는 당신을 찾을 것이다. 당신의 경험, 당신의 포트폴리오, 당신의 노하우와 성장 가능성을 누군가는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즉, 당신의 실력과 성장 곡선을 시장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직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훌륭히 성장해낸 사람이다.



7.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다르다는 말은 결국 시장 관점에서 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나는 이 글의 시작을 MZ세대의 커리어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우리의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는 세대. 그래서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별도로 생각하는 세대. 


그런데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반쪽자리의 이야기다. 나머지 반쪽은 결국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은 별개인데, 그래서 나의 성장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걸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주니어들이여, 무엇보다도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는 MZ 세대의 주니어들이여, 우리 부디 회사의 성장을 나의 성장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나의 공이 크다는 착각은 버리고 겸허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시장 관점에서 나의 실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보자.  그러면 우리는 회사가 나를 서운하게 해도 아쉬울 것이 없고, 회사의 성장에 눈이 멀어 내가 성장했다는 착각을 하지도 않는, 진정으로 성장한 커리어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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