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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나인 Nov 20. 2023

발리의 식물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것

1년 반쯤 전 하와이에 갔을 때도 내가 특히나 애정하는 크고 쨍한 색상의 꽃들이 많았다. 각자의 존재감을 뽐내며 각자의 매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꽃들에게서 발걸음을 떼기 어려워서 한참동안 들여다 보고 꽃잎의 촉감도 만져봤던 기억이 난다. 발리의 꽃들도 그랬다. 늦은 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부터 길가에 만발한 꽃들을 보면서, 다음 날 아침 맑은 빛 아래에서 볼 꽃들은 어떨까 벌써 설레기도 했다. 


20대 초중반까지는 꽃이나 식물에 내 돈을 쓰는 일도 거의 드물었으며, 꽃에 많은 돈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하기까지 했던 나이다. 카카오 스토리 배경에 꽃이 등장하면 이제 아줌마라는 농담에 크게 웃기도 했다. 20대 중반부터는 꽃이 주는 행복감과 뿌듯함을 이해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충분히 아름다운 꽃들을 마주하면 어느 정도 여행의 목적 일부를 다룬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와이 여행 때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꽃과 식물에까지 내 감각을 완전히 개방하지 못했었는데 발리 여행 때는 최대한 다양한 꽃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노력했다. 이 챕터는 발리에 여행 가는 분들도 꽃과 식물이 주는 행복감을 느꼈으면 해서 작성해본다. 식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내가 많이 본 것들, 그리고 구별하기가 쉬운 꽃들 위주로 적어본다. 


1) 플루메리아, Plumeria

플루메리아는 하와이하면 바로 떠오르는 꽃일 정도로 나름 친숙한 꽃이다. 열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 종류라 그런지 발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보통 흰색, 노란색이 가장 많은 것 같고 붉은색이 도는 종류도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거나 할 때 떨어져 있는 플루메리아를 하나 집어 들거나 머리에 꽃고 찍어보면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2) 부겐빌레아, Bougainvillea

부겐빌레아는 우리가 우붓에서 묵었던 숙소 안에도 있어서 가까이서 들여댜봤던 꽃이다. 멀리서 봤을 때는 철쭉이랑 비슷한 분홍색 꽃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분홍색 포가 가운데 하얀색 대롱 모양 꽃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꽃 안에 꽃이 또 있는 형상이라 하늘하늘하면서도 풍성하다. 분홍색 잎이 실제로 만져보면 한지 같이 뭔가 종이 촉감이라 조화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키지만 잎이 이렇게나 화려하다니 신기하다.


3) 툰베르기아, Thunbergia

우붓, 스미냑 할 것 없이 식당가가 모여 있는 거리를 걷다보면 툰베르기아 꽃을 만날 수 있다. 보통 식당가에서 입구 쪽에 늘여뜨려서 거리를 걷다보면 꽃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난과 흡사하게 꽃잎이 단단하고 윤기가 흐른다. 곧게 떨어진 줄기에 꽃이 주렁 주렁 달린 모양새를 보면 알전구가 달린 것 같기도 하다. 아프리카 나팔꽃이라고도 하고, 그 모양도 다양한 것 같은데 발리에서는 위 사진처럼 천장에 매달린 형태가 많았다. 우아한 조명 같다.


4) 알라만다, Allamanda  

알라만다는 노란색 꽃이고 플루메리아랑 매우 흡사하게 생겼지만 조금 더 벌어진 형태랄까. 앙증맞은 호박꽃같기도 하고 플루메리아 노랑 버전 같기도 한데, 발리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싱그러운 잎들이 가득한 가운데 쨍하게 노란색이 있어서 더욱 색이 대비되어 아름답다.



5) 익소라, Ixora

이 꽃은 개나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여러 개의 꽃들이 다발처럼 모여 있어서 마치 수국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화단이나 마당에 울타리를 따라 심어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송이만 있어도 풍성해보이는 느낌을 준다. 이 꽃은 찾아보니 피어 있는 기간이 길어 꽤 많이들 키우는 품종이라고 한다.



6) 히비스커스, Hibiscus

히비스커스는 향이 좋아 차로도 많이 마신다. 하와이에서 플루메리아와 함께 많이 보이는 대표적인 열대지방의 꽃이다. 여리 여리하고 얇은 꽃잎 끝과 달리 가운데 쭉 뻗은 암술, 수술이 툭 튀어나와있고 쩅한 색감이 빛을 발한다. 


7) 란타나 

이 꽃은 진짜 작디 작은 꽃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인데 같은 줄기에서 뻗어나온 꽃들이 어림잡아도 30-40개 정도가 모여있다. 신기한 건 둥글게 모여 피는 꽃들 안에서도 그라데이션처럼 여러 색깔이 공존한다는 거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 여러 색깔이 있어서 마치 여러 꽃들로 꽃다발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위의 익소라 꽃과도 비스하게 생겼는데, 조금 더 이 란타나는 수중생물 같이 생겼다. 스쿠버 다이빙해서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본 산호 같은 느낌이 든다.



8) 헬리코니아 

이 식물은 발리에서 처음 본 것 같은데 (제가 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발리에서는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꽃이에요. 스미냑에서 묵었던 리조트에도 내부 통로를 따라 쭉 심어져 있었고 식물을 활용해 석상을 꾸며놓은 것들도 지나가면서 봤었는데 매우 독특하고 강렬하다. 대부분 꽃의 색은 사진에서처럼 끝 쪽은 연두색, 가운데는 붉은 색을 띄고 있으며, 꽃대 자체가 곡선으로 구부러져서 늘어져 있는 모양이다. 마치 일부러 늘어뜨려놓은 것처럼 줄기가 늘어져 있고 각각의 꽃은 턱잎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구조다. 발리에서 만난 현지인 분에게 식물 이름을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셔서 구글에 검색하다가 처음에는 이 헬리코니아가 '극락조화'인 줄 알았는데 생긴 모양이나 색상은 매우 흡사하나 줄기가 난 방향, 그리고 꽃잎의 형태, 그라데이션 색상에서 차이가 있다. 새 부리 모양을 닮은 빨간색 꽃을 발견하신다면 극락조화인지, 헬리코니아인지 맞춰보자! 



9) 코스투스

진짜 잘 익은 고추처럼 생긴 꽃이다. 진짜 통통해보여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뭔가 식물의 빨간색이 아주 잘 익은 과일? 채소?를 닮았고 탱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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