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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an 28. 2022

육아휴직 중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워킹맘의 커리어 고민

육아휴직 8개월 차, 잊을만하면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전화의 주인공은 부서 부장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잘 지내냐, 연락 좀 해라, 밥 먹으러 나오라는 등 안부전화다. 간혹 일할 때 참고할 만한 서류를 보내줄 수 있냐는 전화도 있다.


부장의 등쌀에 못 이겨 후배도 전화가 온다. 선배가 쉬면서 자신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푸념이다. 그녀가 회사의 욕을 쏟아내고 무언갈 부탁하면 나는 서류를 넘겨준다.



회사와 멀어지는 중


예상과 달리(?) 내 이미지는 회사에서 사람 좋은 사람이다. 선후배들과 잘 지내고 임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소통에 자유롭다.

하지만 휴직 중에는 회사와의 관계도, 소통도 쉬고 싶다. 아니, 아예 끊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경주마처럼 달리던 내가 아기를 낳고 주변을 다시 보게 된 걸까. 까맣게 잊었던 회사가 툭 튀어나오면 종료 버튼을 더 세게 누른다.


아, 회사 어떻게 다녔지.


사회적 인간, 엄마가 된 후


나는 주변인에게 명절이나 생일, 경조사 등으로 안부를 묻는 사회적 인간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그런 걸 잘해야 한다는데 그러질 못한다.


휴직하며 알게 된 건 죽어라 매달렸던 일이 별게 아니란 점이다.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면서 아등바등 살았나 싶다.


물론 회사일이 불만족스러운  아니다. 동기들 중에 가장 먼저 진급하고 성과를 인정받았다. 힘들어도 습관적으로 했던 일인데 잠시 멈추고 나니 가치가 점점 희미해진다.


내가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세상은 잘 굴러가고 내 인생은 너무나 평화롭다. 통장의 잔고가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아도, 매일이 버라이어티 하게 재밌지 않아도, 지금의 고요함이 좋다.


엄마가 되고 사회와 단절돼 슬퍼했는데 내 속에 진짜 자아가 탈을 벗은 건 아닌지 아리송하다. 웜뫄, 응! 이 전부인 아기와 소통하는 하루가 충분하니 말이다.


복직이 아니라 이직, 전직을 결정해야 하나. 나중에 쥬쥬가 엄마는 직업이 뭐야?라고 물을 때 '기자'가 아니라 뭐라고 말하게 될까.


엄마가 되고 진로적성 검사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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