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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an 29. 2022

아기와 뇌를 같이 낳았다

마미 브레인 신드롬

기억력이 너무 감퇴했다. 아니 머릿속에 뇌가 사라진 것 같다. '뭘 하려고 했더라' 망설이기 일쑤고 그걸 떠올리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산후 건망증, 즉 마미 브레인 신드롬이다. 건망증에 시달리는 나와 60세가 넘은 엄마의 대화는 웃기다 못해 슬플 지경이다.


쥬디야, 마트 가서 시금치랑 두부 사와

(마트 도착) 엄마, 시금치랑 뭐 사 오라고 했지?

응? 내가 시금치 말고 또 뭘 사 오라고 했어?



뇌야 힘을 내


내 건망증은 매일 웃픈 해프닝을 만들어준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쿠팡 비닐에 같은 물품이 두 개씩 들어있다. 안 산 줄 알고 또 결제한 경우다.


우유와 두유, 요플레도 한 번에  배송 온다. 배 터지게 유지방 제품을 먹으려고 한 게 아니라 우유를 결제한 걸 잊고 비슷한 걸 주문한 것이다.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아기에게 먹일 물을 가지러 가면서 물컵을 안 들고 있거나 아기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마개를 안 닫은 적도 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 딱 그 경우다.

이제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내 잔여물이 든 변기 물을 조용히 내려준다. 화장실 불 키고 나오기, 냉장고 문 안 닫기, 핸드폰 잃어버리기 등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벌어지는 일이다.


학습이 필요해


오늘은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올리브영에서 손톱 영양제를 결제하려는 찰나 가방이 없어진 게 아닌가.


여보, 나 음식물 쓰레기 버리면서 가방을 두고 왔나 봐. 얼른 가줘. 지갑 들어있단 말이야.

응? 음식물을 버리는데 왜 가방을 두겠어. 얼른 왔던 길로 다시 가봐.


다행히 내 가방은 출입문 옆에 떨어져 있었고 선진국 문화 의식을 가진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 가방을 조용히 지나쳐갔다.

가방을 잃어버렸다면 카드를 정지하고 재발급받으면 된다. 남편이 사준 명품지갑을 잃어버렸으면 속이 쓰리지만 눈물을 머금고 잊어버리면 된다.


그런데 가방이 없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쇼핑했던 잠깐의 내 모습은 어쩌지. 그 충격은 어떻게 회복하나.




오늘은 자기랑 쥬쥬만 기억하면 된다는 남편의 말도 위로가 되질 않는다.


그냥 천천히 생각하고 말하면서 행동하기,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걸 보지 않기 등 기초적인 걸 학습하는 수밖에.


잠 자기 전에 엄마가 알려준 '기억력 키우는 음식' 유튜브를 봐야겠다.


여보, 쥬쥬 미아방지 목걸이 사면서 내 것도 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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