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디 Feb 20. 2022

2차 백신, 그리고 독박 육아

코로나만큼 무서운 나 홀로 육아

미루고 뤘던 2 백신 주사를 맞았다. 4 돌잔치, 5 복직 등을 고려하면 방역 패스를 받아야 했다.


예상보다 백신을 기다리는(?) 마음은 가벼웠다. 1차 주사를 맞고 팔이 뻐근했으니 2차도 그러겠지 싶었다. 근육통은 임신 때 맞은 백일해 주사가 훨씬 더 아파서 이 정도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사를 맞은 이튿날부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열이 나고 체온계는 37.2도에서 37.5도, 37.8도까지 올라 최고 38.2도를 찍었다.


이 주사 뭐야...
나 코로나 걸린 거 아니겠지.




눈앞이 침침하이


아침에 분명히 잠에서 깼는데 눈이 안 떠졌다. 심장이 눈 위에서 쿵쾅쿵쾅 뛰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뉴스와 기사에서 봤던 백신 후유증을 겪는 듯했다.


오후엔 눈이 더 침침해지고 어지럼증도 심해졌다. 하루 종일 고열에 시달려 몸은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쥬쥬는 뜨거운 내가 좋은지 평소보다 엄마를 더 찾았다. 안 그래도 기초 체온이 높은 아기와 붙어있으니 잊고 있던 찜통더위가 이런 거였지 싶었다.


설상가상 남편은 집에 없었다. 남편은 회계 감사 시즌이라 회사에서 평일 야근에 주말 근무를 한다. 이른 새벽 아기가 눈을 뜨기 전에 출근하고 또 늦은 새벽 눈을 감은 후에 퇴근을 반복한다.


하필 내가 아플 때 독박 육아라니. 안 그래도 고단한 체력에 정신이 피폐해졌다.


마치 쇼트트랙 계주를 달리다가 발을 삐끗했는데 바통을 터치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랄까. 나는 여전히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데 현실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순위권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코로나가 뭐길래


주위를 둘러보면 코로나에 독박 육아를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밀접 접촉자로 격리된 경우다.


남은 사람은 오롯이 육아를 하고 집안 살림도 책임져야 한다. 가족이 생이별하고 누군가는 독박 육아를 하는. 정말 생지옥이 다름없다.

그리고 부부 사이엔 갈등이 시작된다. 코로나에 희생양이 된 사람은 배우자에게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쏘아댄다.


내가 더 힘드니까. 내 이익을 우선해 상대방을 무시하고 갉아먹는 말과 행동을 하는 선택. 결국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불리한 결과를 주는 죄수의 딜레마다.


우리 부부는 쥬쥬를 낳고 '평생 육아 동지'가 되자고 다짐했는데 남편은 나에게 코로나 독박 육아를 안겨준 배신자가 됐다.


육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데 내가 혼자 육아를 하니까 남편은 편하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밤샘 근무하며 피 터지게 일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믿기 어렵게도 나는 아이를 낳기 전 소위 마음이 넓은 아내였다. 남편이 가정적이기도 했지만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타인에게 내 삶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갈등이 적었다.


하지만 육아란 공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비난과 질타를 퍼붓는 냉소적인 파트너가 됐다. 집 안 분위기가 심각해지면 가족들은 나에게 '남편을 쫓아다니며 잔소리하는 사람'이라고 나무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관대한 눈, 애틋한 마음으로 남편을 응원하고 격려하던 사람은 어디 갔을까.


코로나가 길어지고 독박 육아가 지속될수록 나의 피곤함은 더 해질 것이다. 길고 긴 육아전쟁 속에 나는 남편을 얼마나 더 원망하게 될까.


해답은 질문을 던진 내가 찾아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네가 크느라 고생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