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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13. 2022

네가 크느라 고생이야

효도하지 마. 기특한 건 너야!

아기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다. 9개월이 된 쥬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한 발씩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셀 동안 소파를 잡고 서기도 한다. 쥬쥬야~ 부르면 팬 관리를 하듯 한 번씩 웃어준다.


시간이 참 빠르다. 목을 못 가누던 쥬쥬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빙빙 돌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쥬쥬가 안 보이는 데서 조용히 있으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유해진이 강아지를 부를 때 왜 항상 안돼! 를 붙이는지 격렬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아프지 마 마이쮸


애석하게도 아기의 성장엔 늘 고통이 따른다. 신생아 시절 밤새 우는 쥬쥬를 안고 '영아산통', '배앓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가녀린 다리에 예방주사를 콩콩 맞은 날. 38도까지 접종 열이 올랐고 미온수로 몸을 닦이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미치게 더운 여름에 쥬쥬는 벌건 열꽃이 얼굴에 폈고 나는 지긋지긋하게 긁어야 하는 땀띠가 났다.


쥬쥬가 분수토를 했을 . 숨이 넘어가는  보고 대성통곡한 날도 잊을  없다. 내가 미친 듯이 울었더니 쥬쥬는 숨과 울음이 터지는 것도 잊은  놀란 표정으로 오랜 시간 쳐다봤다.


요즘 쥬쥬는 이앓이를 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토끼 같은 큰 윗니가 살을 뚫고 나오느라 잇몸에선 피가 난다. 앞으로 더 많은 치아가 나올 텐데, 얼마나 더 피를 봐야 할까.


청소년기에 폭풍 성장하느라 팔다리가 아프면 어쩌지. 초경할 때 배가 아파서 잠을 못 자면 어찌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고슴도치 맘, 의연하고 싶어


아기의 성장은 아프지만 경이로움을 넘어선 감동을 준다. 내 새끼가 언제 이렇게 큰 건지. 알려준 적도 없는 걸 어디서 배웠는지.


진짜 날 닮아서 천재인가.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보다 한 술 더 뜨는 쥬쥬 할머니는 박수를 치며 세상에 긍정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녀의 아기(나)를 보듬듯 한 마디를 덧붙여.


쥬쥬 엄마가 이만큼 키우느라 고생했다.

쥬쥬가 나중에 엄마한테 효도해!


부모에게 아기의 성장은 노고의 대가인 듯. 난 그렇게 우쭐거리는 엄마가 된다. 수많은 성장통을 겪으며 애쓰는 건 너인데 옆에서 지켜본 내가 칭찬을 받는다. 미안하고 고맙게 늘 그렇다.


나는 이제 아기가 크면서 아플 때 괜찮아. 괜찮다. 괜찮을 거야.라고 다독일 줄 알게 됐다. 엄마가 놀라면 아기는 더 놀라고 울 기회를 놓치는 걸 알았으니까. 의연해지려고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진짜 칭찬은 너에게 해야지.

기특해! 네가 크느라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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