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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11. 2022

육아용품 필요해? 당근!

중고가 아니라 수고

나에게 육아 필수 애플리케이션을 꼽으라면 단연 당근이다. 대학생 때 알라딘에서 중고책도 안 사본 내가 출산 후 당근의 늪에 빠질지 누가 알았을까.


아기가 입고 자고 노는 것들은 유효기간이 너무 다. 자고 일어나면 커버리는 탓에 지난달 사입은 바지는 짧아졌고 어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지루해졌다.


아기에게 내년은 없다. 올 겨울에 입은 외투는 내년이면 팔 하나 넣기도 힘들 것이고 신나게 흔드는 장난감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수많은 당근 중에 육아용품 당근은 푸근하면서 짠하기 그지없다. 육아용품을 사고파는 부모들이 딱 그렇다.

나의 첫 당근은 만삭 때 구입한 바구니 카시트. 육아 선배들이 절대 사면 안 되는 육아용품이라고 신신당부해서 당근으로 구입을 알아봤다.


구입한 지 1년 된 바구니 카시트를 5000원에 팝니다.


판매글을 보자마자 연락했다. 한눈에 봐도 깨끗하고 사용감이 적었다. 첫 당근에 두려움 반 설렘 반. 몸이 무거운 나는 차에 있고 남편이 대신 거래를 성사했다.


여보, 무슨 카시트를 산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이게 다 뭐야?

아 거래하는 분이 수유쿠션이랑 모유 저장팩 준다고 해서 받았어.

5000원짜리 팔면서 뭘 또 공짜로 줘? 그리고 파는 남자는 뭔지도 모르고 돈 주고 가져가라고 하던데?


주거래자인 아내는 보이지 않는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실거래자인 남편은 그대로 행동한다. 뭘 사고 파는지 모르는 남편은 매뉴얼대로 움직일 뿐이다.


사은품은 기본이다. 아기를 안고 물건을 주러 나오는 엄마들은 손에 인형, 간식 등이 들려있다. 자신이 이 물건을 썼을 때 얼마나 고단했을지 알고 있다는 전우애 같은 마음 뭐 그런 거다.


나도 어느새 오지라퍼


육아용품 당근의 꽃은 아파트 주민과의 거래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에 이웃집 엄마와의 거래라니 얼마나 안심인가.


육아정보 공유는 덤이다. 쥬쥬보다 더 큰 아기를 키우는 동네 엄마를 만났을 때 어디 어린이집에 보내느냐, 버스는 정문에 내려주냐 등을 묻는 내 모습에 새삼 놀랐다. 엄마가 되면 수다쟁이, 오지라퍼가 된다는 말이 사실이다.


나도 육아용품을 당근 하는 횟수가 늘면서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무턱대고 깎아 달라는 진상 거르기,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서 거래하자는 막무가내 거절하기 등이다.


물론 육아용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나눔, 드림 횟수도 늘었다. 쥬쥬에게 작아진 옷, 다 쓰지 못한 기저귀, 모유 저장팩, 작은 젖병 등을 곱게 담아 전달한다. 나의 수고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근 거래를 즐겨하는 나를 본 주변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기가 짧게 쓰는 건 중고로 거래해라. 현명하다.

어른도 새물건을 사서 평생 쓰는 건 아니다. 새 걸로 사줘라.

아기에게 중고물품을 사주는 건 부모의 선택이다. 새물건이라고 정성이 들어가고 중고라고 덜 들어가진 않을 터.


단지 길고 긴 어린 시절 잠깐 스쳐가는 물건일 뿐. 중요한 건 아기가 그걸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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