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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09. 2022

다행이다. 엄마 한 줄이야

내가 아픈 줄 몰랐다

며칠 전부터 귀 속이 너무 가려웠다. 손가락으로 후비고 면봉으로 슥슥 문질러도 가려움은 나아지질 않았다.


그러다 염증이 생겼다. 귀 속에서 짓물이 나고 피가 나기 시작하면서 귀가 퉁퉁 붓는 게 느껴졌다. 급기야 베개를 베고 잠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찾은 이비인후과.


귀에 염증이 심하네요. 계속 건드리면 큰 병원에 갈 수 있어요.

제가 요즘 새벽에 자다가 기침을 하는 데 목도 봐주세요.

어? 편도가 심하게 부었는데 침을 삼 킬 때 안 아프세요? 목이 부어서 귀가 더 아픈 걸 수도 있어요.




아픈 줄 몰랐는데


병원에서 지어온 감기약을 먹었더니 헤롱헤롱 정신이 몽롱해진다. 단유하고 처음 먹는 감기약이라 그런가. 졸린 상태가 계속됐다.

그리고 미열이 느껴졌다. 코로나 시국에 열이 나면 어쩌란 말인가. 내가 우리 쥬쥬한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겼으면 어쩌지.


체온계를 귀에 꽂았다. 열은 37.2도에서 37.5도까지 올라갔다. 남편의 가방에서 코로나 진단키트를 꺼냈고 처음 검사를 시작했다.


매일 집콕하는 내가 설마 코로나에 걸렸을까. 두려운 맘으로 양쪽 코를 정직하게 쑤시고 액체에 면봉을 담갔다.


결과는 한 줄이다.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줄을 봤을 때만큼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다행이다.


아프지 마라 애미야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내 몸은 엉망진창이다. 어디에 그렇게 부딪히는지 여기저기 멍 투성이고 손가락은 긁히고 베이는 탓에 밴드를 붙이고 산다.


과거에도 온실 속에 화초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몸 관리를 하지 못할 때가 있었나 싶다.


젖병을 닦고 빨래를 하고 아기를 목욕시키면 윗옷은 매번 젖어있다. 앞치마를 했더니 아기가 앞치마에 묻은 얼룩을 자꾸 만져서 포기했다.

멀쩡하던 피부에도 트러블이 난다. 아침저녁으로 스킨, 로션을 바르면 다행. 마스크는 언제 붙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 관리는 고사하고 지금처럼 아프기라도 하면 고생이다. 지난번 감기가 걸렸는데 약을 제대로 못 먹고 수유를 했더니 아기가 코를 턱까지 흘려 경악한 적이 있다.


몸 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밤 감기약을 먹고 잠든 사이에 남편이 우는 쥬쥬를 세 번이나 안고 흔들었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는 배고픈 쥬쥬가 발로 툭툭 차서 겨우 눈을 뜨고 일어났다. 내가 아프면 남편이랑 아기가 고생이구나.


엄마가 되고 아프면 안 되는 이 상황이 고마운 동시에 참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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