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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Feb 08. 2022

엄마도 예전에 잘 나갔어

찬 바람 불 때 핫초코 말고 맥주

치열한 육아전쟁이 끝나면 격렬하게 혼자 있고 싶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시간에 아무 말도,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정지 상태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무언가의 만족감은 채워지지 않는다. SNS나 둘러보며 시간을 낭비할 뿐, 쉬어도 잘 쉬었다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친구들아 어디 있니


돌이켜보면 어릴 적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집 보다 밖이 좋았고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어울려 놀았다. 일찍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면 몸 안에 남은 에너지가 살아 움직여 쉽게 잠들기 힘들었다.


여름엔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갔고 겨울엔 스노우보드를 즐겼다. 연애할 땐 남자 친구(현 남편)를 이끌고 등산도 했다.


얌전하게 노는 남친  산으로, 스키장으로 끌고 다녔더니 남친 부모님(현 시부모님)은 '결혼하려고 그러나. 사람이 변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놀던 내가 아기와 집콕 생활을 한 지 8개월 차, 임신 시기부터 시작하면 대략 2년이다. 아 결혼 후에 내향적으로 바뀌었으니 7년이 지났나.


이제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 적극적인 활동, 만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만날 사람도 없다.


여보,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막 연예인들이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놀잖아. 난 그런 친구가 없는데, 당신 친구들 소개해주면 안 돼?


내 친구들? 애들이 좋아할까? 근데 내 친구들도 재미없어.


내가 재밌게 해 줄게. 연애 때부터 봤으니까 어색하지 않잖아.


아... 그래... 물어볼게...


심각하게 묻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난처한 표정이다. 다음주 와이프와 아이들이 없을 때 집에 놀러 오라는 친구의 전화에 내가 진심으로 '같이 가자'라고 할까 두려운 눈치다.


안 간다...(나도 눈치는 있어...)



엄마랑 더 신나게 놀자  


난 가끔 철이 없는지, 아직 젊은 건지 모르겠다. 낼모레면 마흔인데, 육아하느라 매일 지치는데, 머리는 너무 쌩쌩하고 가슴은 바깥 바람에 살랑인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해본  같은데.  바람이 불면 집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마시는  말고 땀나게 뛰어놀고 거품 가득한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고 싶다.

밤늦게까지 편의점에서 맥주 한 병에 오징어를 뜯으며 수다도 떨고 싶다. 그러다 흥이 오르면 포장마차에서 찐한 소주 몇 잔에 뜨거운 우동 국물도 마시고 쓸데 없는 얘기에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현실은 아기 이유식을 맛있게 만들고 옆에서 두유를 마시며 아~를 외쳐야 겠지. 배즙이 잘 식었는지 한 입 마시고 쥬쥬 컵에 넣어줘야지. 잘 씻은 딸기는 과즙망에 넣어서 '너무 맛있다'며 같이 먹어야 겠다.


엄마는 아직 에너지가 쌩쌩해. 얼른 커서 엄마랑 신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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